경상도 사람들 말로는 <졸립다>를 자부럽다라구 해요
아침에 영동 잠깐 갔다와서는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거름자리를 치웠세요
노란 외발구루마에 거름 한 짐 오지게 실어내서 자두밭이 있는 가마골까지 끌고 가자면
오뉴월 개햇바닥처럼 헉헉 숨이 찹니다.
밭으로 가는 철둑 비얄에는 제비꽃 방가로가 무데기무데기 영업중입니다.
어째 밤손님이 좀 드나 모르겠습니다. 허기사 저렇게 헤실헤실 웃는 낯으로 아침부터 보라색웃음을
흘리는 걸 보아 간밤 쏠쏠허니 불륜들이 드나들었나 봅니다.
힘껏 끌고간 구르마를 뒤엎어 거름을 쏟아내고 햇볕에 놓아 둡니다.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며 마르는 동안 나는 밭둑가로 발걸음을 옮겨놓아 봄미나리가 어데만큼 컷나
살살 염탐을 하러 갔구만요. 뼘가웃 자란 것도 있고 여즉지 바닥에서 손가락 한 매디만큼만 큰것도 있고.
봄에는 뭐니뭐니해서 땅에서 나는 모시대, 참나물같은 땅나물 순이 고불고불 올라오는 걸 뜯어서
삶아무쳐 먹으면 참 맛나재요. 맛대 맛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온갖것 다 집어넣고 굽고 지지고
난리를 쳐도 그 봄나물 새순 올라온 걸 호도독 뜯어먹는 맛에 비할까.
비 온 뒤끝이라 봄볕이 어찌나 따뜻하든지요. 불미나리 칼로 오려 꺼먹비닐봉다리에 넣으면서
몇 번이나 그 시조를 외운다죠
봄 미나리 살찐 맛을 님에게 드리고자. 님이야 무엇이 없겠냐마는 날 못 잊어 하노라
그려그려, 님이야 뭣인들 없을까 날 못 봐 병이지.
집에 와서 잘 다듬어 새파랗게 삶아 무쳐요
나물 한 지기에 밥 조금 넣어 나물 무치던 손으로 슬슬 밥을 궁글려 나물하고 밥을 같이 무쳐요
이걸 밥 비빈다..하면 그 느낌이 조금 다르죠. 밥을 나물하고 비비는게 아니고 무치는 것. 느낌이
오십니껴?
시엄니하고 내하고 숟가락 걸쳐서 입 딱딱, 벌려서 먹어요. 가끔 시어머니하고 한 양푼이에 밥 같이 먹을 때, 얼마전 살얼음판 걷든 분위기는 둘다 엇다 팽개를 쳤는지.. 그러구 삽니다.
오후 서너시 되니까 졸음이 살살 와요. 이렇게 열어 놓은 창문으로 봄바람이 솔솔 들어오는데 그 앞에서
바느질거리 들고 꼬박꼬박 졸때, 그 때를 경상도 사람은 <자부럽다>하니더.
오늘 사투리 하나 배웠으니 다들 만나는 사람한테 <자부럽다>카는 말 아능교? 하며 물어 보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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