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소설을 쓰시져

황금횃대 2006. 8. 19. 08:41

불볕 더위에 늦은 밤까지 열대야가 설쳐대는 바람에

서방은 정말이지 내 옆에 올 생각을 못했다

샤워를 하고 빤스바람으로 일인용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혼자만 독차지 하듯 돌려 놓구선

아구리터져 널부러진 보릿자루처럼 늘어지던 고스방.

 

삼복 더위엔 애첩도 한 자 이상 떨어져서 보는 거라고

미국사는 양반이 말하더마는

그 이야기를 어데서 들었는지 고스방이 애첩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마누래를 멀리하는 것이다.

 

그 덕에 나는 쑤석거리는 손길 없이

열대야의 밤을 편하게 건너 갈 수 가 있었다.

밤마다 마음은 동하지만

그녀르꺼 헐떡대고 나면 감당할 수 없는 열기와 더위가 몰려와

열대야의 밤을 아주 작살로 만들어버릴게 빤하니

역시 사람이란 나이를 못 속이는 법

 

근데 그 불볕의 한 가운데를 뚫고 어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죙일 선득선득 바람이 불고

샤워하고 앉았으니 선풍기도 필요 없을 만치 시원한데

그러나 고스방 이 좋은 밤의 기회를 활용 할 수가 없었으니

해필이면 이 시원한 밤에

여편네가 마술에 걸린 둘째날이 될 줄이야

 

오,

하늘이 무심하시지

이런 시원한 날을 주실라면 여편네 마술놀음이 끝난 뒤에 주든동,

아니면 여편네 마술 공연이 있기 전에 주시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일해도 지구 돌아가는 역사에는 아모 지장이 없을터인데

어떡하여 어흐흑.....

 

새벽에 마루에서 혼자 자다가 여편네 자는 방으로 들어와 쓰러질 듯 눕는 고스방

 

"어이구 내 팔짜야...어제 조선의 모든 놈들은 시원하다고 다 올라 갔을터인데 나만 이렇게 여편네가 장마를 만내서 쪼다리를 치는구나. 지지리 복도 없는 나 같은 놈은...궁시렁궁시렁"

 

'츠암내, 새벽부터 소설을 쓰시는구마이'

 

"징징거리지 말고 씩그소 고만"

 

 

*제목만 보고 내가 진짜 소설쓰기를 하나 싶어 반색을 하고 들여다 보았을 ㄷ ㄷ ㅅ님 죄숭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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