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딸하고 느즈막히 기차를 타고 서울 가다
야경이 주렴처럼 늘어진 속을 밀치며 들어갔는데
11시가 넘자 인사동도 깜깜하다.
묵은지에 홍어 돼지고기 막걸리 한 잔을 동생 내외와 같이 마시고
하림각에 가서 늦은 목욕을 하다 세시다 새벽.
찜질방에 올라가 딸과 같이 잠깐잠깐 잠을 자다
일어나니 여덟시다
씻고 버스를 타고는 분당 약국에 가는데 길이 밀린다
종일 자동차만 본 듯하다
어딜 가는지 무슨 볼일이 있는지 사람은 넘쳐나고 차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어디론가 향한다
진료를 받고 약을 짓고
돌아오는 길은 지상을 피해 지하로 스며들었으나
거기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넘쳐났다.
종일 서 있었더니 발바닥에 불이 난다
기차표가 없어서 4시간을 역에서 기다려 집에 오니 열시다
너무 피곤해서 눈까풀은 따가운데
잠은 쉬 들지 않는다
한적한 동네
불도 없는 우리 동네 들어서니
천지는 깜깜해도 마음은 훤해져서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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