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
중간고사 끝나자 바로 그 다음 날 보따리 싸들고 아들은 대천 학생 수련원으로 캠프를 떠났다.
그날 밤, 고서방은 아들놈이 가서 한 마디 전화도 없다고 궁시렁거린다.
사람이 있다가 없는 자리를 엄마이보다 아바이가 훨 더 크게 느끼나보다
엥간흐면 자기 전화로 전화를 잘 안 하는데 급기야 전화를 해댄다
번호를 누르자 '아들'이라는 이름과 함께 번호가 뜬다
잉? 내 아들을 왜 당신 핸드폰에다 아들이라고 저장을 해놨어요?
학교 다니며 돈 내야할 때 서방인지 남방인지 돈 달라고하면 저는 우스개삼아 이야기 하는지 몰라도
돈 달라고 할 때는 고만 상순이 아들만 하라구 이러더니만, 보고 싶은 아들은 자기 아들인 모양이지 흥.
전화를 받지 않자 초조해진다.
"이 새끼가 뭐 하는데 전화도 안 받구 그랴"
"캠프가면 전화 집에 잘 못하거등요. 캠프도 그렇고 교육 받으러 가서도 그렇고..."
내가 공뭔 연수원으로 교육을 받으러 가면 시시로 전화를 해댄다.
자기는 운전자 교육 받으러 가면 전화를 못 받지 않는가. 그런 걸 알만한 처지 인데도 막상 자기자신이
그 위치에 벗어나 있으면 다른 사람의 처지란 아랑곳 없다. 마구 전화를 해댄다.
전화기 슬라이드를 닫자마자 문자가 온다
-아빠 지금 전화 못 해여
"거 봐요. 못 한데잖아"
"못하긴 뭘 못해"
멋적은 운자씨 티비 리모컨만 열라게 돌리재낀다.
2.
점심을 먹고 엄니랑 목욕을 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딛는게 마악 돌잽이 첫 걸음 띠는 것 처럼 위태롭고 불안하다.
얼른 내 몸을 대충 문대고, 어머님 밀어 드리는데 많이 살이 내리었다
어머님 등도 잠깐이면 다 밀을 수 있다.
처음 시집와서 엄니랑 목욕을 가면, 엄니는 내 등짝을 밀어 주시고, 나는 어머님 등을 밀고
어머님 등을 이십년이 다 되도록 밀어드리는데...울컥, 그 연민이 울분처럼 솟는다.
정말, 이제 얼마나 더 엄니의 등을 밀어 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세심하게 쪼그리고 앉아 닦아 드린다.
3.에구에구...컴퓨터 강의 하러 갈 시간이 다 됐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