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애껴써도 짧은 것

황금횃대 2004. 9. 21. 09:33

1.


대문 앞 감잎사구들이 바람만 불면 落下다.
공중에서 몇번의 나선을 만들며 떨어지다가
콘크리트 바닥에서 떽떼구르르르르 구른다
저렇게 마른 몸이 상처없이 떨어질라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유전인자에 空中落法을 심어 놓은거다
마당 씰다가 가만히 앉아
마른감잎을 들여다본다
검버섯이 피고
더러 구멍이 생기고
푸를청,청, 그 기운은 한 때의  꿈인냥 바래서
소외양간 앞머리 혹은,
낡은 자전거가 서 있는 귀퉁이에 몰려 앉았다

 

저 풍경을 보고도 생의 결말을 깨닫지 못한 자는
지금 짐 싸들고 지구를 떠나자.

 


2.


동네 어귀 키큰 호두도
알알이 영근 열매를 떨구었다
작대기로 탁, 탁, 두드려패서
호두를 딴다
작년에는 너무 질어서 호두가 흉년이고
올해는 가물어서 호두가 흉년이다
성경의 두 감람나무 비유를 들지 않더라도
생의 환란은 겹쳐서 오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도 겹쳐서 온다
단지 그걸 알지 못할 뿐.


호두나무 농사를 지어보고도
생의 방식을 모르는 자
지금 짐 싸들고 대기권을 떠나라.

 

 

3.

 

하다못해 작은 별꽃조차도 꽃을 버리고 열매를 가지려는 계절
비가 자꾸 온다.
애끼고 애껴써도 모자란게 가을 볕인데
저 날씨는 그걸 모르는가

들판은 미묘한 차이를 층층히 나타내며 황금색으로 일렁이고
그 차이를 짚어내는 사람의 눈이란 얼마나 총명한 것인가.

어느 신문광고에 빨간색을 인지하는데도 사람의 눈은 이천가지의 차이를 구별한다는데(아...그새 확실하지 않는 정보가 되었네 이천가지던가 삼천가지던가...ㅎㅎ)
그것이 빨간색에만 국한 되겠는가  황금색에도 마찬가지의 차이가 적용되겠지.


이렇게 총명하고 밝고 환한 눈을 가진 그대
그것을 여태 모르고 살았다면 지금 곧 바로
짐 싸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