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7. 5. 16. 20:43

배가 고프듯, 글이 고플 때가 있지 않나?

지름끼가 좔좔 흐르는  반드르르르르한 그런 글 말고,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서늘해져서 가심패기 한 복판으로 바람 한 줄기 지나 가듯 시원하다던지, 배 디기 고플 때 찬밥 물 말아 신 김치 쭈욱 째 얹어 볼다구니 미어지도록 한 입 퍼넣고 허겁지겁 씹어 먹을 때, 그 허기진 뱃가죽에 꿀떡 소리나게 삼켜서 뱃속에 밥 한 덩이 들어 갔구나..하는 느낌이 팍팍 나는 그런 맛있는 글 말야.

 

나는 가끔 그런 글이 고파...

 

내가 내 허기를 달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여.

옛날에는 그게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요새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구만.

생각도 없이 그냥 눈 앞에 김 무럭무럭 나는 똥무데기 치우 듯 생을 살아 가고 있으니

허기가 질 수 밖에. 그래서 오늘은 영동 로타리 귀팅이에 있는 붕어빵을 사 먹었지

쪼맨한 땅콩모양 빵도 만들어 놓았기에 그것도 천원 어치 달라구 해서.

뽀얀 종이 봉다리가 이천원어치의 풀빵으로 빵빵하게 부풀었어

천천히 로타리 신호등을 기다리며 붕어빵 한 마리를 꼬리까지 알뜰하게 먹었지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가서는 작은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또 붕어빵을

한 마리 해치웠지. 내가 빵 속의 팥앙금을 핥아 먹을 때 버스를 기다리는 어떤 노인의

눈과 마주쳤어. 데근한 농사철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노인의 얼굴은 벌써 검은빛이야

그와 나는 좀 떨어진 자리로 눈이 마주쳤기에 나는 불쑥 남은 붕어빵을 내밀지는 못했지

열두시 반점의 시각이야. 그 시간이면 새참을 먹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라도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야.

마음은 작고 금간 플라스틱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노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물은 없지만 이거

하나 잡숴보세요>하는 멘트까지 건네는 상상으로 이어졌지만, 내 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하얀 종이 봉다리 속에는 땅콩모양빵과 붕어빵 두 마리가 그대로 들어있었지.

 

목이 메여

옛날 붕어빵은 열마리를 그 자리에서 먹어도 목이 메이지 않았거등.

오늘은 목이 메여. 식도 마디마디를 걸고 넘어 가는지 밀가루붕어빵의 잔해가 꾸욱떡~하고

단숨에 넘어가들 않네. 왜 그럴까..하고 깊이 생각해 보면 허기지는 삶이 조금 설명이 될 터인데

이즈음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이 드네. 그냥 김나는 똥무데기같은 황간행 시내버스가

들어서는겨. 눈 앞에 보이는 살이, 그게 먼저여. 그냥 냉큼 올라타서 집으로 오네.

 

꾸물꾸물 하던 날씨가 기어이 빗방울 내지르네

저거 내리고저 심사가 그리 허기졌던고...했지.

차창에 떨어진 빗방울이 꼬물꼬물 기어서 버스 뒷편으로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