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운자씨
어제는 시동생 병원 입원해서 시술을 받는다고 갑작시리 서울갔다 왔지요
사흘들어 서울갑니다.
2시까지 입실을 하라고 해서 낯빤데기 물만 칠하고 시동생 태워서 입원예약서 들고 갔재요
황간에서 대전, 대전에서 서울, 서울에서 일원동까지 가는데 딱 세시간 걸립니다.
2시 몇초전에 간신히 입원을 하고는 지하 1층 내려가서 비빔밥 포장해서는 직원 식당 델고가서
점심을 먹어요.
서울 사는 형님이 오시길 기다리면서 의사샘이나 간호사샘들이 문진하는걸 대답하고
그렇게 하면서도 실쩌기 화가 나요. 멀쩡히 동서가 있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러고 다녀야하나..싶어서
그래서 오늘 낮에 고스방 점심 먹으러 들어 왔기에 내가 좀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쥬
고스방은 동서한테 뭐라하지는 못하고, 제 동생 생각하니 딱하고...그러더니 눈가에 눈물을 훔치는거라
한숨을 푹푹 쉬면서.
어이고...내가 스방 맴 아프게 해서 뭣하나 싶어서 실쩌기 발을 뺍니다.
지금 당장 어예 되는건 아니니까..앞으로 잘 관리하면 오래오래 괘안으니까..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말어요.
그렇게 얘기해놓고도 속으로는 에혀...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지요.
어제 기차타고 영동 내리면 11시 53분인데 그전에 고스방이 마중을 나오기로 했지요
그런데 김천가는 손님을 태워서 간다고 김천역까지 타고 오래네...이것저것 심난하니까 기차에서
잠도 안자고 꼼지락 거리는데 무릎이 어찌나 아프고 몸이 피곤한지..정말 오그리지도 못하고 피지도
못하게 괴로와...밤 12시 20분에 기차에서 내려 절뚝절뚝 걸어서 역 바깥으로 나오니 고스방이 저 앞에서 손을 번쩍 들어요. 여편네 보니까 반가운가봐요.
차에 타니까 의자를 확 제껴주면서 피곤한데 자면서 가라고...억시기 생각해줘요 ㅎㅎ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뭘 꺼내줘요
"상순이 포도밭에 일하면서 들으라고 내가 엠피쓰리 뽑았어"
뽑았는지, 그동안 모아 놓은 것이랑 바꿨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어폰을 귀에 꽂아 주면서 음악 들으며
자라구..합니다.
집념의 싸나이 운자씨
결국 엠피삼을 뽑았군요 ㅎㅎㅎㅎ
내일 포도봉지 쌀라구 오늘 저녁에는 고스방하고 포도밭에 가서 ss분무기랑 씨름을 하고 약을 쳤습니다
시동생은 약치면 분무기가 떡대기가 되도록 흙을 묻혀서 그냥 두는데 깔끔한 영국신사 고스방은 날보고 도랑물을 퍼올리라해서 그걸 다아 씻어 놓아요
오늘 바케쓰로 물을 백바게쓰는 퍼 올렸습니다.
첨에는 시동이 잘 안 걸려서 생 짜증을 내면서 날보고 고함을 지르더니 나중에 익숙하니까 포도골골이 잘 몰고 다니면서 해요.
물 퍼 올리면서, "당신 헛버라도 어디가서 농사 지어야지.."이런 말 하지 말어욧"
"첨이라서 그러지...자꾸 하면 이렇게 애를 먹지도 않어"
"첨이든 어쨌던 열번해서 열 한번이 안 되더라도 농사꾼은 그렇게 화내면 안되야"
농기계 다 씻어 놓고 장화까지 싸악 씻어서 싣고는 둘이 차 타고 오면서 내가 "그래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임무 완수 했으니 당신 장 햐! 잘 했스!"했더니.
"첨이라서 그렇지 뭐...으쓱"
'흥! 내가 당신하고 농사를 짓는가보라구. 내가 당신하고 같이 일을 하느니 부지깽이와 하겠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어지간히 성질이 급해야 말이지.
지금 고스방이 뽑아 온 엠피쓰리에 있는 노래 <김연우의 꽃보다 남자>라는 노래를 듣고 있어요
그 노래 가사 중에 이런게 있어요.
-나도 날 알아가는 중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우리는 죽을 때까지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인 모양이래요.
나는 오늘 <집념의 운자씨>를 알았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