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7. 8. 9. 01:05

 

 

 종일 미친년 오줌 깔기 듯 비가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 나는데 밤에 세차게 내렸던 그 빗물을 내 몸이 다 빨아 들인 듯 천근만근 육신이 무겁습니다. 고스방이 몇 번이나 깨우러와서야 겨우 몸을 비틀어 요대기에서 몸을 떼어놓아요. 첫 발 내딛는데 무릎이 시큰하며 앞으로 꼬꾸라질뻔 했지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릎 구부리고 앉아 OTL자세로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참말로  '절망'이라..

 

 

겨우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반찬 몇 가지 꺼내고 된장을 끓여 밥상을 차려요. 밥상이고 끓는 된장냄비고 확, 쓸어 엎어버리고 그 자리 주저 앉아 퍽퍽 울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아냅니다. 이를 악물면 몸에서는 그제서야 뼈마디에 윤활유가 조금 삐져 나오는 모양이예요. 식그들은 한 그릇 다, 혹은 2/3쯤 비우고 남겨 놓은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면서  조금씩 절망에서 벗어나 원활하게 움직이는 관절을 유연하게 써 먹고 있습네다. 아침 아홉시 쯤되면 아침 여섯시의 암담한 현상을 잊을만합니다. 세 시간 동안 나는 몸부림이지요. 남은 스물 한 시간을 환하게 보내기 위한.

 

 

고스방은 퇴근하면서 다섯개씩 들어 있는 옥수수자루를 두 개 안고 들어와요. 옥수수 호랭이 고스방은 그걸 다듬어 솥에 앉히고 소금을 능숙하게 뿌리고 불에 얹어 놓고는 샤워하러 가요. 시원하게 씻고 나와 삶겨진 옥수수를 뜯으면 TV를 보는게 그의 유일한 저녁시간 사치입니다. 나는 그 옥수수 보면  같이 뜯어 먹을 것 같아 교육방송 듣는 아들 옆에서 달력을 두 장 만들고 이렇게 편지 한 장을 쓰고 있습니다. 갱지에 오랜 만에 글씨를 쓰는데 옛 맛이 살아나요. 볼펜의 미끄러움을 갱지 지질이 적당히 조절을 해 주네요. 컴으로 워드 작업하는 사람은 이 맛을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지요.

 

 

가끔 혼자 부엌일을 하거나 무심히 길을 걸을 때 홍림이 생각을 해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딱 맞는 그 말! 전화를 걸어볼까, 편지를 써볼까 혼자 궁리하다가도 그가 원래 마음을 되찾아 가는데 또 공연히 연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고만 마음을 접어요. 그려면 안 되는데도 그렇게 되네요. 형식적이나마 연결의 끈이 있다는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적지 않는 영향이 있음을 눈치챕니다. 나는 그렇지 않노라고 눙깔 흡떠봤자 별 차이점이 없어요. 나도 여늬 사람과 다르지 않는 감정선을 타고 있음을 알게되지요.

 

 

그냥저냥, 예전에 환한 보석알갱이처럼 빛나던 세상이 이즈음 시들해요. 아모 의욕이 없으니 무얼 쓰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애써 들여다보고 싶은 그 무엇도 없네요. 자시 들여다봐야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하고 그것에 마음을 얹어 같이 흔들려보는데 말입니다.

 

 

얼른얼른 세월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예전엔 가끔 술 고픈 시간도 있었건만 요새는 그런 시간도 아니 일어나주니 내가 무슨 재미로 살아가겠습니까.

 

 

 

2007년 8월 8일 횃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