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어깨 아프다

황금횃대 2004. 11. 8. 20:00

양쪽에 혹이 하나씩 달린듯 묵지룩하다 필경 이 혹이 누르는 무게로 나는 자다가도 어깨를 주무르게 될 것같다. 한번은 한의사가 어깨가 이렇게 경직이 되어 있으면 어떡해요 했다 어떡하긴 그러다 석상이 되기라도 한단말가/

 

신정동 언니를 마침 마주쳤다. 돈 버는 준비를 하란다. 돈에 환장을 하면 니 글도 돈이 될 수 있을거라고 한다. 나는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지 글이 돈이 된다면 고스방도 내게 뭐라뭐라 하지 않을거야 그럼 새벽에 실몃 일어나 글을 쓴데도 아무말 않을거야 외려 작은 담요를 가져와서 어깨에 얹어줄지도 모를일이지 돈의 힘이란 그런것이냐/

 

내가 앉은 방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눈을 들면 늙은 느릅나무가 있고 건너편 민석이네 집 감나무가 보인다. 남편 세호아재가 살아 있을 때는 양력십일월이 미처 되기도 전에 감을 땄었다. 하릴없이 누웠으면 딱, 딱, 감나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감잎과 감들이 감전지에 대롱매달려 내려왔다. 민석이 엄마 장순희는 감전지 끝에서 행복만땅의 붉은 감들을 떼내면서 감꼭지를 손질하였다 저녁이면 등불을 밝히고 곶감을 깎고, 아침에 까치처럼 깎깎대는 소리와 함께 감타래에 곶감으로 말라갈 감들이 주렁주렁 주렴처럼 매달렸다. 카세트의 테이프는 그들의 신나는 손놀림만큼 빠른 템포를 돌아가고 있었따 아앗싸!/

 

이태전이전이던가 아님 더 한 해 전이던가 술먹고 운전하다가 세호아저씨가 교통사고로 즉사를 했다. 추풍령 국도 그러니까 나락도정공장 가기 못미처 가로수에 차를 들이박고는 사망이였다 아무 웃음끼가 없었다한다. 죽는 순간의 느낌이야 어찌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겠는가. 그러고부터 민석이네 감나무는 서리가 와도 붉게붉게 그냥 달려있다. 감잎이 깡그리 떨어져도 감들은 저 홀로 붉다. 동네 감나무에 감들이 다 떨어져도 그 집만 붉다. 지금도 눈을 들어보니 여전히 붉다.

몇몇은 홍시가 되었는가 멀리서 봐도 말랑말랑한 질감이다. 저 홍시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