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7. 9. 21. 20:07

 

 

저도 보름동안 포도작업하니까 온 몸이 아파서 죽을지경이래요. 그제는 동생이 추석선물로 부탁한 포도와 여기저기 주문 받은 포도 상자 작업한다고 하루중일 포도손질에 박스 들었다놨다 했더니 아주 죽겠어요. 허리가 아파서.
포도를 가져가고 난 뒤에 동생과 같이 온 올케가 내 등때기에 파스 도배가 된 걸보고는 마음이 짠해서 문자를 보내왔어요. 혼자 작업하는거 보니까 너무 힘들겠다며 추석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하래요 자기가 나 혼자만 먹게 만들어 주겠다고. 늦은 밤 씻고 자러 들어가면서 그 문자메세지를 읽는데 눈물이 핑돌아요. 친정식구들이 이래서 좋구나.

 

 



밤새도록 허리 아픈걸 이리저리 굴려가며 자며깨며 날밤을 새다가 여섯시가 되니 스방 핸펀에 알람이 울어요. 그걸 중단시켜놓고 잠깐 눈 붙인다는게 여섯시 오십분이되었어요. 일어나 밥 하기도 바쁘죠. 나중에 일어난 스방이, 아파 죽기 일보직전에 벌벌 기면서 밥 앉히는 내게 빨리 깨우지 않았다고 눙깔을 부릅뜨고 가시돋힌 말을 해요. <씨파 아파 죽겠는데 눈으로 보면 모르나 겨우 일어나 밥하는데 안 깨웠다고 지랄을 하다니..>속으로 나도 욕이 나와요. 그래도 그거 바깥으로 뱉았다가는 아침부터 집구석 시끄러울거구 그래서 참았는데 자꾸 목 울대가 근질근질 꿀꺽꿀꺽 울분 넘어가는 소리가 나요. 그래 나도 오기가 나서 아침밥 안 먹고 벽하고 장롱 사이 모서리에 꽉 낑겨 앉아서 울었세요. 이녀르꺼 밥 새끼 먹고 사는게 와이리 힘이드노 하면시롱.. 까짓 아프고 힘든거야 일 년 농사 지은거 거둘려니 그러려니 하지만, 몰인정하게 쏘아부치는 서방눔이 왜 그리 밉고 서운하던지..그래서 나도 울었세요.

 


그러고 어금니 옹실 물고 이렇게 다짐을 했어요
'그래, 어디 니눔 아플 때 함 보자....'

다들 그렇게 살아가나 봅니다. 서로 피곤하고 힘드니까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여유가 없나봐요. 힘내세요  추석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