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아프며 사는 일

황금횃대 2004. 11. 29. 21:49
낫겠지 낫겠지 하면서 기다렸는데 안 낫네요
매일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하러 아침 안개를 헤쳐가요
안개는 몇 미터의 시야도 허락하지 않고 해가 나도 쉬 물러가지 않아요
어깨 부분에 집중적으로 몇 대의 침을 맞고 낮은 침상에서 내려오려면 다리가
휘청해요. 땅이 잠시 어지럽지요. 이렇게 인식의 경계가 무너져가나봐요
나이가 더 들면 그 경계들은 물리의 경계를 넘어 의식의 경계까지 위협을 할테죠
예방법으로 고스톱을 치라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었습니다.
문득, 흔들려 요령소릴 내는 무릎에서 안개같은 그리움이 피어오르지요
보고 싶어도 그녀와 나는 멀리 있고
마음의 상거는 도대체 얼마쯤 되어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날은 안개만큼이나 눈 앞이 흐려져
집으로 길을 줄여가는 그 시간이 흐득흐득 슬프네요
안 아퍼야지..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생은 풀려나자기 않을 거란 걸 잘 알아요
아픔을 끌어 안고 살아야지..이것도 참 기맥힌 일입니다 그려


그래서 말문을 닫은 날은
속으로 속으로 보고픔의 풍선을 불어 하늘로 올리는 제의를 집행하는 기분이죠
전인권의 노래 소리로 풀어 봅니다. 어깨 근육 뭉쳐 더욱 단단해진 마음 한켠을.
그 남자, 산발한 머리카락에서 저런 노래를 풀어내는 걸까요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