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이 탓이야!
1.
지난 여름 천둥번개칠 때 보일러도 타격을 받았나봐요. 옥상에 덮개도 없이 홀로 앉아 있던 보일러의 전선이 한가닥 끊어진 겁니다. 날이 춥지 않을 때는 그걸 몰랐는데 날이 추워지니까 대번 실내 공기 온도가 쑥 내려가요. 마그네틱 콘텍튼가 뭔가가 망가졌데요. 그걸 고스방 아는 전기회사 친구한테 부탁을 하니 일이 바쁜가 금방 안 와요. 사나흘, 그것도 날이 젤 추운날 보일러가 제 구실을 못하니 우리집 식구는 아침에 고드름 똥을 누게 생겼습니다. 시집와서 이십여년 살면서 그렇게 추워 본 적이 없어요. 딸래미도 집 안에서 파카를 입고 지내요. 춥다 소리를 입에 달고 댕깁니다. 하루종일 미약하나마 한 선으로 데워진 물로 난방을 하니 실내온도가 24도쯤 유지는 되는데 맨날 29도쯤 땡겨 올려 살다가 5도 떨어졌는데 사람들이 오금을 못 펴요. 우리야 옷을 더 입고 지내면 되는데 어른들이 문제라. 바닥이 차가우면 더 춥게 느껴지잖아요. 설설 끓는 방에 지내다고 그렇지 못하니 기침 소리만 나도 감기가 걸리셨나 싶어 덜컥하잖아요. 전기 담요를 깔아 드린다, 옥매트를 다시 내어 깔아 드린다 법석을 떨어보지만 예전 같지는 않아요.
어제 밤 드디어 정현씨가 와서 보일러에 마그네틱을 갈았세요. 밤에 뜨끈뜨끈합니다. 아침에 딸을 깨우니 방이 따뜻해서 일어나기 싫어 엄마..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고스방.
"진작 집을 춥게 만들어놔야했었는데. 맹 겨울에도 반팔만 입고 다니니 지들이 춥게 사는게 뭔지를 아나? 집이 추웠으면 밤에 잠도 덜 자서 공부를 더 했을건데 집이 뜨뜻하니 잠이 슬슬 올게구 그냥 씨러져 자니 성적이 그 모양이지"
아! 저노무 교훈조는 언제 어디서든 튀어 나오는구만.
"그러게요. 그러니 애들 공부 못하는 건 모두 운석이탓이얏!"
"저봐, 또 내 탓이랴 어이구"
"그려, 잘된 것은 상순이 탓, 못된 것은 모~~다 운석이탓! ㅎㅎㅎ"
2
요새 컴퓨터 가르킨다고 늦게까지 일을 해요
오전에 두 시간, 점심 먹고 난뒤에 두 시간, 저녁 먹고 난 뒤에 세 시간, 도합 일곱시간 강의를 하는데 집집마다 이동하는 시간도 있지, 집에도 밥 세끼를 꼬박 차려 드려야지 반찬에 청소, 빨래에 거기다 아버님 병원까지 가끔 따라 다녀야하니까 진짜 한군자리 앉아서 잠시 쉴 틈이 없어요. 어찌나 바쁜지.
그래 저녁 시간 강의까지 끝나면 아홉시가 넘어요. 그제서야 집에 와서 밥을 먹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것어. 허겁지겁 시레기국에 밥 말아 김치 처억 얹어 먹어도 꿀맛입니다. 딸래미가 내게 밥 차려주고 내 앞에 앉아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혼자 밥 먹게 안 할려고 장단을 맞춰주는데 딸래미 하는 말.
"엄마가 이 나이에 이 늦은 시간까지, 밥 때를 놓쳐가며 일을 하게 될 줄 생각이나 했겠나.."하는겨
그러고 보니 고스방 주머니 돈을 알개가지고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지. 그냥 서방 등때기나 긁어주고 살살 눈치보며 비위 맞춰서 저 주머니가 다 내주머니여...하면서 말야.
돈 버는게 참 힘들어요. 내가 지금 하는 일이야 재미도 있고 내 적성에 맞는 일이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괘안은데 만일 그렇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참으며 일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마음에 부담이 크것어요. 짜증도 나고.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다른 가치관으로 승화시켜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하는 내 이웃 노동자들은 참말로 위대합니다요
3.
그러자니 자연 몸도 바쁘고 마음도 바빠 여기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 할 틈이 없어요. 지금도 아침 밥상 덜 치우고 얼른 한 자 적어 놓고 나간다는게....쩝.
블로그 동무들 모두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게 아름다운 겨울을 나십시요
다음에 틈나거등 또 들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