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새해엔
황금횃대
2005. 1. 3. 22:31
마음이 지옥같으니 그 독을 풀었다가는 세상 초목이 해를 입을까 저으기 걱정이 되어서
어금니를 앙 다물고 새나가지 않게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걸었다.
어금니를 앙 다물고 새나가지 않게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걸었다.
새해라해도 복받치는 감정도 없이 그 햇것이 슬그머니 요대기 밑자락으로 스며들고
흐린 날씨 속에 묵은 빨래를 해서 헹구며 마음까지 같이 헹군다.
바람이 불고 겨우 볕이 드는 뒷뜰에 옷가지를 널면서, 아울러 그 허름한 마음 옷 한 벌도 같이 넌다
볕은 옷가지만 말리지 않고 내 마음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리라.
먼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알지, 생의 밧대리가 다 방전 된 듯한 느낌"을 말야
그래..언니 꼭 그 기분이야. 백만스물둘, 백만스물셋, 백만스물넷...이렇게 끝도 없이 나를 일으켜 세울 것같은 힘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 볼 수가 없네 꼭 널부러진 시체같아.
그러나 나는 믿는다.
새해에도 나는 어슬프게나마 살아낼 것이고, 지혜로운 사람이 쓴 책을 읽을 것이며,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내 삶을 닦을 것이다. 장판지 종이에 들기름을 먹여 묵은 듯 맑은 빛이 도는 장판빛을 내듯이. 자신의 내면을 그렇게 닦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힘이 생기겠지. 유쾌하고 쾌할하고 명랑하고 밝고 맑은...이런 주문을 외워보는 것이다.
통곡으로 흐른 눈물로 눈을 씻고, 씻기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 환할 것이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