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옷을 개면서

황금횃대 2005. 1. 10. 10:18

점심으로 어머님과 같이 김치를 넣어 끓인 칼국수를 먹다
뜨끈한 음식을 좋아하시니 펄펄 끓는 것을 바로 퍼서 드린다
훌,훌 입김을 불면서 다 드시고 나는 밖에 좀 다녀 왔는데

저녁에 어머님 숨 소리가 편치 않으시다
고스방을 불러 급히 병원에 가다 쐐액쐐액..쇳소리를 내시며 어머님은 호흡을 몰아쉬신다.
응급실에서 검사 후 중환자실로 옮기다. 조금씩 나아지졌지만 그래도 집중관리를 받아야한단다 의사가. 중환자실에 옮겨놓고 환자 옷을 갈아 입힌다고 간호원이 달라 드는데 아랫도리 속옷까지 벗기자 어머님이 완강히 거부하신다
"괜찮아요 어머님..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어머님은 아랫도리 속옷 고무줄 말기를 꽉 쥐신다.
"할머니. 줄을 많이 연결하면 소변 보러 가시지도 못했요"
그제서야 어머님 손에 힘을 푸신다

내복 두 벌에 속바지에 누비바지에 한 짐 되는 아래 윗도리를 둘둘 말아 나와서 천천히 개는데 눈물이 왈칵 솟구친다.
여든 셋이 되도록 당신의 손으로만 벗고 입었던 속옷이 낯선 여자들의 손에 무참히 벗겨질때
그 완강한 손길과 거부의 목소리.
살비듬 떨어지는 어머님의 옷을 개면서 나는 서방 몰래 소리 죽여, 죽여 죽여..우는 것이다.




훗날, 나도 저런 시간을 맞이 할 때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