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오래간만에, 진짜 오래간만에 고스방이 목욕탕에 가잖다
우리야 동네 목욕탕에서 맨날 목욕을 하는데, 고스방은 동네 목욕탕 주인이 맘에 안 든다고 절대 그 목욕탕에는 가질 않는다. 얼마 전만에도 황간에는 목욕탕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옛날 연수목욕탕에서 개명하여 황간목욕탕이 된 오래된 목욕탕이고, 또 하나는 바뀌기전 나들목 입구에 있던 비치파크여관에 있던 비치파크목욕탕. 두 목욕탕 이름이 주는 어감만으로도 목욕탕의 내부 환경이 마구 짐작이 되지 않나? 그런데 비치파크여관 부설 목욕탕의 남자 주인이 고만 병으로 일년 전에 세상을 버렸다. 그러고 난 뒤 고서방은 목욕탕에 발길을 끊었다. 어지간하면 황간목욕탕으로 바꾸면 괼것을 <한번 싫은 건 영원히 싫다>라는 고래심줄같은 고집 때문에 그 후로는 그냥 집에서 용량 작은 욕조에다 몸을 구겨 넣고는 때를 대충 불려 늦은 밤 날 불러 등때기 밀어 달라고 했다. 더울 때는 샤워로 끝이고. 그렇게 일년도 넘게 다져 놓은 때를 씻자고, 이제 해도 바뀌게 되었으니 연중행사로 목욕을 가자고 한다. 야호.
딸하고 나는 지난 주에도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했지만 스방이 김천 스파밸리로 목욕을 가자고, 그것도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식구들 다 같이 가서 저녁도 먹고 묵은 때도 벗기자고 제안을 하는데 밍그적거릴 필요가 있나? 바로 때미는 수건이며 이것저것 챙겨서 나갈 채비를 하는데 아버님은 그저께 집에서 간단하게 목욕을 하셨다고 절대 안 가신다고 버팅긴다. 어머님이 "집에서 하는거 하고 목욕탕가서 하는거 하고 같냐고 마지막 카드인 <할아바이 안 가면 나도 안 갈껴!>하며 아버님도 같이 가자고 큰 소리까지 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님이 불 같이 화를 내시며 <가고 싶은 사람만 가면 되지>하며 더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부엌에서 아버님 저녁을 준비하던 나는 어이쿠 이러다 두 분 싸우시겠다 싶어 눈치만 보고 있으니 아버님과 같이 가 볼라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고스방이 결론을 내린다.
"그럼 아버지는 저녁 여기서 잡수시고 집에 계세요. 그저께 목욕을 하셨다니까 다음에 같이 가셔요"하면서 꼬리를 내린다. 나는 은근히 화가 나서 "그럼 어머님은 저희들하고 같이 가세요"하며 아버님 저녁을 차려 드렸다. 저녁을 드시면서 우리 보고 마악 빨리 가라며 아버님이 손짓으로 떠밀어 내신다.
굴밥집에 가서 굴낙찜으로 얼큰하게 저녁을 먹고 굴국밥으로 속을 뜨뜻하게 해서 배가 빵빵하도록 먹고는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비도 올랐네. 여자는 사천원이고 남자는 사천오백원이다. 남자들은 비누하고 수건하고 , 면도기도 준단다. 아들과 고스방은 삼층 남자 목욕탕으로 가고 어머님과 딸래미 나는 이층 목욕탕으로 가서 열심히 목욕을 하고 어머님도 씻겨 드린다. 어머님이 살이 많이 내려서 때를 밀어 드리면서도 안스럽다. 어머님 먼저 씻고 나가시고 딸과 같이 씻고 나와서 옷장문 열쇠를 돌리는데, 귀신같은 고스방, 마누라 냄새가 나는가 목욕 다 했으면 얼른 나오라고 전화를 한다.
문제는 목욕한 그 날밤.
잠자기도 바빠 죽것는데 고스방은 넘으 다리에다 제 다리를 얹어 놓고 자전거를 탄다.
매끌매끌한게 자전거 체인에 구리스 발라놓은 기분이겠지. 맨날 그 많은 때를 붙이고 내 다리에다 문때놨으니... 어쩐지 목욕가서 때 밀면 다리에 뜬금없이 때가 많이 생산되더라니...맨날 차 닦느라고 찬물에 손이 거칠거칠하더니 목욕 가서 얼마나 보얗게 밀어놨는지 손도 제 색깔을 찾아서 하얗다
목욕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스방은 제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이제야 손도 옛날 색을 되찾았다>고 히히 웃으며 자랑을 한다. 그럼 그 동안 샌드페이퍼같은 손바닥으로 내 찌찌를 만지며
"손이 꺼끌꺼끌하니까 시원하고 좋지?" 라고 말하던 본래의 뜻은 머란말인가. 에잉...디러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