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왕곰돌이의 선심

황금횃대 2007. 12. 30. 09:05

 

 

왕곰돌이 고스방이 아버님 개인택시를 물려 받은지도 어언 보름이 지났다.

그 전에는 팍팍하기로 유래가 없다던 영업용택시 운전을 하였으니 자슥놈들 대가리가 굵어지고 씨알이 굵어지는 만큼 떡밥도 많이 들어가기에 왕곰돌이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인 <퇴근길에 먹을 것 사 오기>를 제대로 누릴 수가 없었다. 왕곰돌이의 취미인 티비보면서 과일 까먹기나, 자슥놈 밥그릇에 시리얼 타서 같이 퍼먹기, 혹은 알밤 구워 얌전하게 까서 여편네 입에 쏙 넣어주기등...많은 아이템이 있었지만 벌이가 신통찮고 병원비에 교육비에 벌은 돈을 얄짤없이 들이밀어야하기에 좀처럼 취미생활을 누릴 재료를 사 대질 못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딸린 처자식들 땜에 손이 오그라들었다는게 맞는 말일게다.

 

그런데 어제 저녁 내 핸드폰 소리가 울리더니 발신자명에 <왕곰돌이>가 떴다.

"어, 싱, 왕곰돌이께서 전화를 했어. 왠일이지?"

군대간 선배놈에게 답장 편지를 쓰던 상민이는 시쿤둥하다. 왜냐면 왕곰돌이의 잔소리가 요즘 경계를 넘어가기 때문이다. 부엌문을 열어놨다고 잔소리, 형광등을 켜고 티비를 본다고 잔소리, 그냥 들어와서 눈에 띄는대로 잔소리 할 것이든 안 할 것이든 무조건 뭐라 입을 다시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인데 보이는대로 잔소리하는 걸 누가 참아주나. 나는 집구석에 큰 소리 나는게 싫어서 고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은 영....표정이 마뜩찮다.

그런 왕곰돌이가 늦은 저녁 전화를 했으니.

 

왕곰돌이: 어이 못난이들 지금 뭐해?

여편네: (컴퓨터앞에 앉았단 소리는 못하고) 방 치우고 방 닦고, 걸래 빨고....하지 뭐요

왕곰돌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여편네:갑자기 물으니 뭐가 먹고 싶은지 몰겠네 

그러자 밖에서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아덜놈이 뛰어 오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네

여펜네: 아이스크림 쿠키앤크림 사 오세욤

왕곰돌이:뭐 쿠앤 뭐?

여편네:쿠키앤크림

왕곰돌이; 알았어

 

왕곰돌이는 아이스크림통 앞으로 걸어 갔을게다. 분명히 외운 쿠키앤크림이라는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고당새 까묵고는 다시 전화를 했다.

왕곰돌이: 하드 이름이 뭐라했나?

여편네:쿠키앤크림

 

한참 뒤에 수퍼 아저씨의 목소리로 또 전화가 왔다.

수퍼아자씨;아줌마 쿠앤크 아니예요 이거 밖에 없는데..

 

 

아이씨...쓰다봉깨 억시기 재미가 없네. 그러니 김빠진 맥주와 석달 열흘 뚜껑 열어 놓은 소주와 쓰다만 글은 맛대가리가 없당깨롱깨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