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잔소리 잔소리.
고스방 병이 또 도졌다. 이건 도졌다고 말하는게 맞다. 한 동안 잠잠한가 싶으면 불현듯 무답시 되살아나는 잔소리병.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더 심해진다. 누워서 티비본다고 잔소리, 책을 방바닥에 놓아두었다고 잔소리, 마당에 피이티병이 굴러다닌다고 잔소리, 티비를 보면 티비 본다고 잔소리, 컴퓨터하면 또 그거 한다고 잔소리 무엇이 못마땅한지 미간을 종일 찌부리고 댕긴다.
저녁에 동생이 곶감 가지러 왔다가 삼겹살과 목살을 사왔다. 그걸 고추장 양념해서 빨갛게 구워주었다. 그런데 그걸 상추에 쌈 싸먹으면서도 인상을 잔뜩 구겨졌다. "당신은 왜 맛있는걸 먹으면서도 왜 인상을 펴지 않아요. 좀 행복한 얼굴로 먹어봐요" "뭐가 행복하냐." "당신 좋아하는 고기 먹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하긴 개뿔이 행복해, 느그뜰은 맛있어서 먹는가 몰라도 나는 안 처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거지로 꾸셔넣는다" 그런 소릴 또 인상 꾸개서 한다. 고만 밥숟가락이며 입 딱 벌리고 마악 집어 넣는 상추쌈을 빼앗아 수채구멍에 던지고 싶다. 그러면서 밥 한 주걱 더 떠 달란 소리는 왜 하냐. 사람이 말이지 조금 밖에서 맘에 안 들고 잘 안 풀리더라도 집구석에 들어오면 식구들 생각해서 좀 환하면 안 되냐. 보는 족족 잔소리다. 에잉. 나도 고만 방으로 들어온다. 맨날 자기만 왕따라고 하면서 애들이며 여편네에게 잔소리 해대면 누가 거기 붙어 앉아 고운 눈빛을 건네 줄거냐. 이러니저러니 말을 하면 또 한 빈정 한다.
"팔자 좋은 사람이나 그렇게 살지 나같이..."
또 목구멍 끝까지 <니가 어떤데?>하고 묻고 싶지만 자리를 피한다. 식구들을 멀리 �아낸다. 그렇게 자꾸 하라. 그럼 당신은 자꾸 고독해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