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설날이면 친정에는 사진관을 개업한다.
간판도 요란한 배경막도 없지만 다들 일사불란하게 제짝들을 옆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나무가지 그늘이 우리의 몸을 덮친 줄도 모르고 동네 어린이놀이터에서 바람 부는 정자에 줄지어 앉는다
아이들의 웃음은 언제봐도 이쁘다
이쁘다라는 말로만 표현하는게 아쉽고 안타깝다
저 보석들이 없으면 하늘 아래 빛나는 것이 무엇이라 대답을 할꼬
가연이가 올해는 초딩 일학년이 된다.
엄마, 아부지
티격태격 하셔도 엄마의 까탈을 다 받아 주신다
젊었을 때 느그 엄마 너무 고생시켜서..
그게 아부지가 엄마를 무조건 이해하고 이뻐해주는 이유다
나는 그 경지를 언제 터득하게 될까.
가족 사진을 찍는 다는 말에 작년에 빠졌던 고스방이 양복을 입고 길을 재촉한다.
제사상 치우기가 무섭게 처가집에 간다고 세차를 하고 빨리 가자고 독촉하는 바람에 나는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뛰쳐나왔다. 옷은 사진 찍을 용도로 들고 나왔는데 뒷 자석 문 위에 손잡이 고리에 옷을 걸고 대구로 왔다. 내 평생 소원 중에 하나를 풀었다. 차 뒷자석에 정장 걸어 놓고 흔들리는 옷을 흘끔 쳐다보며 어디로 떠나 보는 것. ㅎㅎ
큰 동생 식구들.
언제봐도 좋다.
부산 사는 둘째동생 인환이네
딸 하나 더 낳았으면 하는 바람은 올해도 물 건너 가나?
다섯살 터울인 둘째 동생도 이제 나이 든 테가 난다.
참 잘 생겼더랬는데...
막내 가희네.
막내동생이 어쩌다 사진 찍는 취미를 가져서 우리는 그의 비싼 사진기로 매번 설날에 신장개업 사진관을 연다. 작년에 찍은 사진은 보관을 잘못해서 파일을 다 날렸다. 그래서 올해 다시 개업을 했다. 오늘은 모두 동네 어린이놀이터에 가서 사진을 찍었네. 모두 팝콘같은 웃음을 튀기며 추위에 아랑곳않고 사진을 찍었지. 이런 가족사진 없는 집 수두룩할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