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8. 2. 16. 15:20

 

내가 아는 청산별곡이란 닉네임을 쓰는 츠자는 이렇게 말했다

<바느질은 중독이다>

설명절 전에 친정 올케 갖다 준다고 파우치를 만들었다.

만들다보니 신이나서 내 것도 두어개 더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손가락에 빵구가 났다. 바늘 귀가 살을 뚫고 들어가서

피가 철철나도 바늘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전생의 삶과 연관된 일이라 피를 보아도 그칠 수가 없다

 

하루는 고스방이 바지를 갈아 입고 나갔는데 점심을 먹으러 들어와서는 바지 주머니를 까뒤집어 놓는다

"니, 내가 저번에 바지 벗어 놓으면서 주머니 꼬매 놓으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상태가 왜 이런거야?"

"나는 못 들었는데(무조건 못 들었다다 ㅎㅎ)"

 

손가락이 빵구가 나도록 바느질을 하면 뭣하는가 정작 스방 주머니는 빵구가 나 잔돈이 줄줄 새고 있는데

그래도 스방은 뒷전이고 딸들은 뭐가 그리 애처로와서...쩝

 

 

 

대학교 가면 이제 아가씨인데, 핸드백 속에 생리대 낱개로 그냥 넣어 다닐까바 이런 주머니를 만들었네

고스방이 방으로 들어와 날 보더니 하는 말,

"호작질의 대왕 여편네, 또 뭘 만든다고 꾸그리고 앉았어"

"상민이하고 여우(상민이 친구 현정이 별명)에게 줄 생리대 주머니"

"어이고 맨날 장마져서 여편네 부적 붙이고 있는 것도 뭐한데 이제..딸래미들까지..."

 

 

아랫마을 마산리에 사는 여우(현정이)는 중학교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상민이랑 비슷하게 성적도 하위권이고, 공부도 둘 다 영고생 답지 않게 열심히 하지 않고

둘다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고, 등때기 때를 서로 밀어주며 이년 저년 호년하며 자매처럼 지낸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소풍 갈 때 현정이는 제가 일어나 김밥을 싸고, 보따리를 싸서 수학여행을 갔다.

상민이는 호분지지. 그저 엄마, 엄마, 부르기만 하면 엄마가 다 해다 바쳤으니.

종이접기 만들기를 하면 여우를 불러 같이 만들고 저녁에는 김치볶음밥을 같이 만들어 먹었다.

여우의 오빠는 공부를 잘 해서 국립대학을 갔지만 여우는 그렇지 못했다.

딸 하나 있는데도 할머니는 손자만 챙겼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상민이는 그 소리를 들으면 분노했다. 병조보다 여우를 더 챙겼다.

여우는 착해서 상민이의 까탈을 편하게 받아 주었다. 대놓고 회곤이와 헤어지면 지가 회곤이랑 사귈거라며

"고상, 빨리 회곤이와 헤어져"하며 웃었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상민이는 하나도 안 서운해 했다. 둘이 그렇게 친하다

이제 대학이 갈려서 서로 헤어져야하는데...

여우에게도 생리대 넣어 다닐 파우치 하나 만드는데 괜히 내가 목이 메인다.

여우야, 수고했다.

대학가서 공부 잘 하고, 멋진 아가씨가 되렴. 너는 몸매가 환상이잖아. 건강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