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8. 2. 25. 20:19

 

 

 

 

 

 

 

 

 

 

 

넘으 동네는 모두 대보름날 윷놀이를 했는데, 트기한(=특이한 이 아님) 마산리 주민들께서는 보름에서 며칠 지난 다음

윷놀이한다고 뭉쳤다.  올해 윷놀이는 마산리 청년회에서 찬조를 하여 풍성하게 치뤄졌다.

마을이 상마산리, 하마산리로 나눠져 있는 까닭에 행사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단합이 잘 되지 않아서 실제 서로간에

불만이 부글부글하였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각자 자기 동네로 돌아 와서는 미주알꽁시랑 불만을

얘기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조금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동네 평화와 화합을 위해서 좀 숨겨주면 되는데 그걸 바로 회관에

와서는 자기가 느낀 감정까지 보태서 이야길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간질이 되어서 동네가 모래싸라기처럼 각자 놀았다.

 

그러나 지난 추석에 상,하 마산리 통합 청년회를 발족하면서 태림식당 선길이가 앞장을 서서 젊은 사람들이 좀 뜻을 모아

보자 하여 이번 윷놀이도 찬조를 받아 먹을 거리를 다 대주었다. 노인들 내려 오시기가 불편하다하여 승용차가 몇 번이나

왔다갔다하며 노인들을 모셔왔다. 그랬더니 마산리 동네가 생기고는 첨으로 그렇게 많은 인원이 모여 종일 음식을 나누며

윷놀이를 하였다. 그 즐거운 마음이야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하여도 또 뒷담화를 까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리라. 앞장서서 하는 사람은 언제는 애를 먹고, 애를 먹는 것과 동시에

옵션으로 욕이 따라온다. 잘해도 욕, 못해도 불평.. 그러니 동네일 맡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아침부터 우리집 살림이야 아이들한테 맡겨두고 회관가서 국 끓이고 밥하고, 봄동 겉절이에 돼지고기 수육까지..불을 때고

퍼다 나르고 차리고 치우고 씻고...하면서 행사를 마쳤다.

시골 인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어른들은 퍼뜩하면 옛날, 옛날, 옛날...인심 말을 하지만, 그 인심을 만들어 가는 주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구세대와 신세대가 더불어 인심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매일 회관가서 민화투치며 잘 지내셨던 어머님은 해필이면 어젯밤 감기가 걸려서 오늘 병원 갔다와서는 결국 회관에 오시질

못했다. 그 궁금함이야..

다 치워놓고 집에 와서 저녁 차려 드리니 어머님 식사를 다 드시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서울할마이도 왔더나, 다시다는 얼마

안 남았는데 새로 사왔나. 국은 다 먹었나, 회비는 어떻게 받았나, 아랫마산리 사람들은 누구누구가 왔더노...끊임이 없다.

하루 종일 집 안에 계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셨겠는가.

 

어지간히 윷놀고 이긴 팀, 진 팀 상품을 나누고..돌아가는 발걸음에 짜질한 눈이 내린다. 날씨가 마이 참아 줬구만...

 

이제 농사꾼의 쉼은 끝났다.

씨뿌리는 계절이 동구 밖 초입에 곧 들어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