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5. 3. 3. 09:07
오늘부터 팔백여평 자두밭에 전지 작업 들어갑니다.


작업`이란 말만 들어도 이거 왠 껀수냐고 침 흘리며 달라드는 양반들 많을건데


이건 그야말로 야리꾸리한 작업성이 전혀없는 전지 작업이지러.


전지가 뭐냐면 가지를 잘라낸다는 말입니다.


적당히 나무가지도 잘라줘야 튼실한 꽃이 피고 열매가 맺져


어젯밤 서리낭자께서 얼마나 독한 한을 품었으면 붉은 양철 지붕이 분칠한 듯 하앴습니다


둥근 아침해가 뜨자 서리는 햇살에 녹아서 녹아 내리는 물이 골을 이룹니다.

 

쓰레기 태우는 연기 위로 봄 햇살이 퍼지는 아침.


일곱시부터 일하는 아저씨들에게 커피 배달을 방금 마쳤어요


아직도 철둑 비얄에는 제비꽃이 여인숙을 개장할 시절이 안 됐는가 이런저런 기미가 보이지

 

 않습네다


단지, 녹았던 길들이 바퀴자욱을 새긴채 그대로 얼어 있는데  뭐잖아 산골짝 얼음 녹는 소리

 

와 그 물들이 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자연의 음악소릴 듣겠지요

 

한 번 간 사람은 다시 돌아 오지 않지만, 만물은 또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잎눈과 꽃눈 속

 

에서 방긋방긋 웃는 배냇짓도 해 볼겁니다. 사람도 지금은 찌들리고 애가 타서 시커멓지만,

 

애시당초 우리 역시 배시시 웃는 배냇짓부터 해 낼줄 알았더랬습니다.

 

새참으로 끓여줄 국수물이 끓는 사이, 나는 녹차를 우려내고 햇살 드는 창 가에 앉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세상에는 이 흔한 햇살 조차 방구석에 들지 않아, 어쩌다 넘어가는 빛이 방바닥

 

에 책보만하게 펼쳐져도 귀하고 고마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모든 것에 감사 할 수는 없지만, 개떡같은 스방이라도 눈만 뜨면 일하러 나가 주는

 

것이 고맙고,  노상 지지고볶고 투닥거리지만, 아침이면 밥 챙겨먹고 가방 메고 학교에 얌전

 

히 가주는 자슥이 또한 고맙고, 커피든, 녹차든 두 잔 타서 한 잔씩 나눠 먹을 수 있는 시엄니

 

가 계시니 또 고맙습니다.

 

 

국수물이 끓어 넘치는가 지지직...하네요


새참은 대개 10시쯤 내어가는게 촌구석 불물율입니다 헤헤.


좋은하루 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