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받아요
며칠 전에 쑥 뜯으러 매실나무 아래로 들어갔지요
어지간히 작은 소쿠리에 쑥 한 소쿠리 캐서 나오려는데 오마낫!
밭 귀퉁이에 봄까치꽃 무더기가 있어요.
오늘 그 꽃무더기 습격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은 2008년 3월 28일 오후 3시 13분
황간면 마산리에 사는 전모 주부는 범행 도구를 챙겼다네요
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깊숙히 눌러 쓰고
낡은 에버라스트 파란색 운동화를 신었답니다.
그녀의 손에는 두꺼운 책이 한 권 들려 있었는데
제목은 <부자 농부>이고 영어로는 RICH FARMER이라는 글씨가 표지에 크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녀는 이상한 행동의 소유자였습니다. 자신의 범행 장소를 카메라로 낱낱이 찍었습니다.
다른 사진도 있습니다. 이건 각도를 달리했군요
아마 엉덩이를 치들고 찍은 사진 같습니다.
세찬 봄바람이 불어도 줄기까지 흔들릴 것 없다며 가녀린 꽃모가지만 살짝 흔들어 주던 내공 깊은 봄까치꽃,
그러나 무작시런 침입자의 거친 손에는 속수무책으로 모가지가 떨어져나갔습니다.
전모 여인이 궁뎅이 방향을 돌릴 때마다 그녀가 뻗은 팔의 반경 내에 있던 꽃들은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아...슬픈 일입니다.
겨울 내도록 짓누르던 덤불과 다져진 땅을 겨우 뚫고 올라와 이렇게 꽃을 피웠는데
범인은 그런 인내에 전혀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매정하게 책을 펼치고 꽃잎을 몰아 넣습니다.
첨에는 하나씩 따더니 그것도 귀찮은가 한 손을 오그리고 마구 꽃을 따 담더니
책의 한 페이지를 열고는 와르르르 꽃을 쏟아 놓습니다.
꽃들은 무참하게 책갈피에 눌려서 압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오호...이런
참말로 잔인한 여편네입니다.
현장을 연결하겠습니다.
현장 나와 주세요
보이십니까. 사건 현장에서 책갈피에 압사된 꽃들의 얼굴이.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현장입니다.
아래 풀잎은 그냥 현장 옆에서 범인의 행각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허리가 꺾여 역시나 압사했습니다.
전모 여인은 왜 이런 짓을 자행하는 것일까요
어지간히 헐짓이 없어서 그런가요?
아니면 왜? 왜? 왜!!!!!
엽기적인 범인은 이것을 집으로 운반하였습니다.
회관 앞에서 고광경씨 부인과 정면으로 마주쳤지만 얼굴에 철판을 깐 범인은 상냥하게 웃으며
광경씨 부인에게 "아지매 어디 가세요?"라는 말을 했답니다.
고광경씨 부인을 잠시 모시겠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 좀 해 주시죠?
"아이고 무서버라, 나는 그 여자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줄 꿈에도 몰랐어유. 세상에
아무리 호작질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이쁜 꽃들을 책 속에 따넣을 생각을 다 했디유
평상시 웃는 얼굴로 동네 사람들을 대하고, 또 부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서 저런 범행을
저지를 줄 꿈에서 생각 못했어라우. 어쩐지 생전에 안 하던 팔 뒷짐을 지고 걸어 오더라니..등 뒤에 범행
도구를 감추고 있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유....."
이상 마을 회관 앞 매화나무밭 사건 현장에서 보내드렸습니다.
에이...쓰다봉깨 저녁 해야 할 시간이여.
자,자, 쌩중계를 하던 말던 저 꽃이 마르면 나는 꽃편지를 보낼팅게
받고 싶으신 분들은 주소 냄기세요^^
씩잖은 중계 하느라고 저녁 하기 바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