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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라는게 아무리 날 때 그 때뿐이라지만..

황금횃대 2008. 4. 5. 18:43

아침에 차려 준 밥을 올뱅이국에 꾹꾹 말아서 거의 들어 마시듯 먹고 나간 고스방.

나도 양 뽈다구니가 참복처럼 부어 있어 엥간한 마음 먹지 않고서야 말 붙이기 어렵게

쌩파리좆마냥 씨퍼렇게 눙깔을 굴리며 아침을 부리지만, 서방도 만만찮게 이 좋은 봄날에

찬바람 씽씽 불게 좁은 집구석을 왔다갔다 하다가 일을 나갔다.

나는 이십년이나 쓴 베개껍데기가 다 낡아 며칠 전에 고스방 베게 껍닥을 하나 손으로 박아

만들고, 어제는 내것을 만들고 있는 중이였는데, 아침부터 재봉틀 앞에 꼬불치고 앉아 그걸

퀼팅한다고 천쪼가리에다가 코를 박고는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아들은 학교가고, 세탁기는 돌아가고, 장꽝에 간장도 익어가고, 살구꽃이 피고 앵두꽃도 피고..

피고지고피고지고 산천의 나무들이 물이 돌고...그렇게 아침 시간이 가고 있었다.

띨렐레렐레레렐레...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난데~~ 부산가는 기차표 인터넷으로 좀 알아봐 줄래?"

<어, 누구세요  봄바람처럼 상냥한 이 목소리는...>

앞뒤 붙여줄 수사도 없이 "알았세요"

표를 예약해 놓고 11시 조금 넘으니 또 전화

"철도카드 회원번호가 몇 번이지"

<누구세요. 봄 햇살같이 따뜻한 이 목소리는...>

 

점심 차려서 아버님 드시고 있는데 또 전화

"오늘 주차장 뒤편에 만리장성이라는 짜장면집 개업 했는데 뭐 시켜줄까? 못난이 뭐 먹고 싶어?"

<누구세욤, 입 안에 혀처럼 살갑게 말 건네는 당신은....>

 

저녁에 또 전화

"야이, 바쁜데 백두대간 개머리재가 어딘가 알아바바, 차 오라구 전화 왔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바바"

끊고 나자 또 전화

"낮에 못 시켜 먹은 짜장면 지금 시켜줄게. 아부지하고 엄마하고 뭐 드시고 싶은지 알아 보고 전화 해조"

 

한참 먹고 있는데 또 전화

"짜장면 왔냐? 맛이 어때? 내가 돈은 다 줘놨어.."

 

알았다구요. 맛있게 먹는다구요...

으이고, 짜장면 사주지 말고 어제밤에 부애나 돋우지 말지..

하루도 못 끌고 가는 그것,

 

그나저나 고스방,

내가 베갯닢도 새로 만들었으니 앞으로 이십년은 좀 이뿌게 살아보자구~~ 엉?  

 

 

어떤게 고스방 베개일까요? 오늘의 퀴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