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어제 쑥시루떡을 해서 서울 갔다 왔어요
얼마나 급하게 서둘렀는지 안경도 안 끼고 갔어요
종일 지하철 노선을 째려보느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요
옛날 촌 할머니들 어데가면 보따리보따리 싸서 들고 간다더니
나도 촌아지매라 별수 없어요. 시루떡 분홍 보재기에 싸고
가방에는 집에서 만든 포도주 두 병 넣어서 짊어지고 갔더니
팔이 어찌나 아프던지
지하철에 분홍보재기 보따리 들고 다니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어요
무얼 그리 물고 빨 인물들을 만낼거라고...ㅎㅎㅎ
멀고 먼 옛날, 한 기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픈 물품 중에 <봄미나리 살찐 맛>을
거론하였다지만, 나는 이렇게 봄쑥 내음을 주고 싶어 안달입니다.
서울에는 떡보 친구가 살아요
그이에게 좀 덜어 놓고 나머지를 가지고 갑니다.
당진서 식당하는 아지매는 아크릴사로 친환경 수세미를 많이 떠 와서 선물을 합니다.
작은책 사무실에도 들렀어요
거기서 떡도 나눠먹고 책도 사고 그랬어요
나는 책을 안 샀어요
집에 아직도 덜 읽은 책이 쌓였어요
에구...한심해라.
당진 사는 아지매 중 한 분이 당진에 길담서원같은 서점을 만드는게 꿈이래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끝에 길담서원을 모델로 보러 온 거예요
어찌나 이쁜 꿈인지.
서울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와 저렇게 기특한 꿈을 이룰려고 애쓰는 아지매를 보니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위에 사진 앞줄에 해지남방 셔츠를 입은 아지매입니다.
아들이 직접 옷에 그림을 그려 준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데요
화장기 하나 없는 그 얼굴이 어찌나 맑고 밝은지
나도 저럴 때가 있었나 싶었어요. 부러워~~
점심은 문턱 없는 밥집에서 고추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밥그릇을 비우는 법도 배웠지요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니 어찌나 힘이 나던지요
그래서 오늘은 감나무 심은 밭에 가서 열심히 비닐을 씌웠지요
나도 불평불만보다는 내 자리 꽃자리가 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