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주절주절
비님 오시는 밤입니다.
추적추적추적....
선술집 차광막에 투닥투닥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며
술 한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4년 전 정선 아우라지에 나를 떨궈놓고 간 제천친구놈은
그 동안 연락 한 마디 없다가
오늘 밤 비가 내려 후배와 술 한잔 했다며
뜬금없이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미 70%의 혀는 발음이 꼬부라졌고
30%의 혀는 9년 전 기억을 간신히 매달고
젖은 목소리를 토해냅니다
비가 오면 전화를 하다가도 의림지로 비맞이를 떠난다고
전화기를 던지고 나가더니
이제는 그것도 나이가 들어 안 한다고
쓸쓸한 웃음을 전화기 저 편에서 그려냅니다.
"네 전화번호를 까마득히 잊었는데
오늘 문득 생각이 나지 뭐야"
"술집 주모가 소줏병에 약을 탔나봐"
-기억재생캅셀-
알약이 제대로 약발을 나게 하든,
나에 대한 기억세포가 그 동안 식물세포로 있다가 오늘 문득
아함, 하품을 하며 9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하며 깨어났던
그건 내 알바 아니지만 친구야,
이렇게 목소리 들으니 차암 좋다
잘 살아라..
미적미적 끝인사를 수회 반복하는 녀석에게
나는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전화를 받다 벌떡 일어나
<반동준비>포즈를 취하고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렇게 외쳤다
'야이,시발눔아 니나 걱정없이 번쩍번쩍 쪼옴 잘 살그라..'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다리 쭈욱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좋다 김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뜨거운 전우애로 뭉쳐진 우리들
하늘땅 바다에 널리 깔려서
얼싸좋다 조국을 굳게 지키리
우리는 한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라를 위해
힘차게 일어선 겨레의 간성
얼싸좋다 자유와 번영의 나라
우리는 한가족 팔도사나이
힘차게 장단맞춰 노래 부르자
정다운 목소리 팔도사나이
친구여,
나는 말이다
징그럽도록 보람차게 살고 있단다
걱정 말그래이~~
내 노래를 베고 너는
오늘 밤, 편히 잠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