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
병원 3층 복도에 놓인 피시에 앉아서 잠깐 글을 읽는데 어떤 아이가 내 옆에 장착된 동전 교환기로 쪼르르 와서는 동전 500원짜리를 넣고 100원짜리를 꺼낸다
그러려니하며 곁눈으로 그냥 느끼기만 하고 나도 그만 화면이 확 꺼지는데 놀래서 얼결에 마악 100원 동전을 하나 더 집어 넣고 있는 찰나,
애 엄마로 보이는 젊은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막 다그친다
천원을 넣었는데 왜 동전을 다섯개 밖에 안 가지고 왔느냐고.
아이는 오백원 동전을 하나 넣고 100원 동전을 빼고, 그 다음에 또 500원을 넣고 100원동전을 빼야하는 법을 몰랐다
동전교환기는 연달아 들어온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분량의 동전 다섯개를 쏟아낸 것이다.
젊은 엄마는 안 그래도 생애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불안해 하는 아이의 머리를 탁, 때리면서 고함을 지른다
그깟 동전 5개가 뭐라고.
동시에 터져 나오는 산수셈법이 뒤따른다. 500원 두 개면 천원인데, 천원이면 100원짜리가 열 개 나와야지 니가 등신이냐
병원 휴게실에는 문병인과 환자들이 많이 나와 앉아 있는데 아이의 자존감을 완전히 깔아 뭉개며 엄마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아이에게 호통을 친다
동전 다섯개가 안 나오면 여기 서비스 비상연락처가 있으니 그리로 전화를 하면 될 것인데 왜 아이를 닥달하냐
자신도 고장난 자판기에서 돈만 떼이고 커피를 못 뽑아 먹은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지 않았겠는가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기계가 잘못되어 그런걸..
아이는 꾸중을 듣고 코를 파다가 코피가 났다.
남의 일이지만 앉아 있는 내가 화악 열이 오른다. 그 젊은 엄마를 불러 놓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고 없다.
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