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고픈 날
내가 병원에서 시아부지 간병한다고 왔다갔다 할 때, 고스방(개인택시 운전함)은 저기 난곡리 지장사 스님을 태워가지고 이마트 장보러 갔더래요. 그 스님이 버섯을 워낙 좋아해서 장을 많이 본 날은 고스방한테 심심찮게 버섯 봉다리를 하나씩 선사하기도 합니다. 하기사 둘이서 목욕도 같이 가는 사이니까 버섯이야 쉬운 일이지요 고스방이 군대시절부터 넘으 등때기 때를 잘 밀어 줬대요 아프지도 않게, 샅샅이, 아주 성실하게 잘 밀어줍니다. (필요하신 분 콜하십셔^^) 우야다 집에서 내가 목욕하면 가끔 마음이 동하는지 목욕탕에 들어와 등이며 팔이며(이하 생략) 아주 찬찬히 잘 밀어줘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샜시유*.~
냉장고 채소칸에 몇 날을 넣어 두었는지 버섯 자체에서 또 포자가 나왔는가 한덩어리가 될려구해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 쫄쫄 째서 다 삶아놨어요. 그러니까 1관(3.75킬로그램)이니까 양도 많아요. 반을 덜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나머지 반은 오늘 부침개로 구웠세요 이런거 만드는건 일도 아녀. 삶은 느타리버섯에 목살이나 채썰어 좀 넣고, 먹다 남은 아삭고추와 당근만 가늘게 채 썰어 넣어서 마늘과 들기름 소금넣어서 양념을 해가지고는 밀가루를 좀 뿌려서 버무려요 거기다가 계란 대여섯개 풀어서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러 반죽을 합니다. 그 담에야 니도 알고 나도 아는 후라이판 달궈 어쩌구저쩌구...지져내면 됩니다.
아버님 어머님 저녁 드리고 나면 일곱시가 채 안되니 저녁시간이 널널해요 책도 그렇고 바느질도 그렇고,,,뭔가가 자꾸 허전한게 심드렁하면 그게 술 고픈 날이예요 왁자하게 술잔 부딪히면서 어데 왕대포집에 가서 한 잔 하고픈 날입니다. 그게 말이 술 고프다는거지 실제로는 소음 속에서 존재의 비명을 질러 보고 싶은 수다 고픔이지요.
내가 여기도 낑기고 저기도 낑기고 하면서 술 친구가 많을 것 같은데도 정작 이런 날, 술 한잔 할래? 하며 불러낼 친구가 눙깔 씻고 봐도 없어요. 서방인지 남방인지는 술 한 잔을 못하는 위인이라. 넉 달전에 처가집 가서 맥주 한 잔 했다고 오늘 배가 아프면 그 때 술 마신 것 때문에 배가 아프다고 뒤집어 씌우는 사람이라 언감생심...여편네가 술 고픈 심정을 1나노만큼이라도 알까..쩝
이럴 때, 내가 대구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간절히 생각해봅니다. 말라꼬 이런 촌구석에 시집을 와설랑 술이 고픈데 한 잔 할 친구도 없이 사는가 싶어서. 자꾸 마음은 처량천만입니다.
괜히 저누무 느타리부침개는 구워가지고는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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