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8. 5. 14. 23:13

 

 

겨울이 지나고 봄이 슬슬 입질을 시작하면 산천에 꽃이 피드랑께. 꽃 피고, 새 울면 봄이

깊었재요. 여기저기서 펑펑 팝콘처럼 봄이 터져. 꽃이 터지는게지. 그러다 껌스름한 산천이

연두빛이 돌아요. 연두빛 돌고 연두색 나고, 연초록 연두색 쪼매 구분이 되나 싶더니만

비 한번 쫘~악 화투판에 패 돌리 듯 한 바퀴 빗방울 돌리면 연초록이 초록으로 초록은

두꺼운 초록으로. 그렇게 산과 들이 옷을 싸악 갈아입잖여.

 

주머니에 꺼먹 봉다리 하나 넣고는 등허리에다 두 손을 뒷짐으로 부려서 살살 산에 올라가믄

그제서야 땅에서도 뭣이 삐죽빼족 나오기 시작혀. 눈에 불을 켜지.

동네회관에서 누구누구는 잠깐만에 고사리를 다래끼로 한 다래끼나 뜯었다는 소문이 돌면

앉은 방석이 가시방석이여. 내 고사리 누가 다 뜯어가나 싶어서.

 

나는 촌에 시집와서 삼 년전에 친구따라 가까운 산에 첨으로 고사릴 뜯으로 따라 가봤는데

친구는 시커멓고 굵은 올고사리를 따박따박 끊어서 한 웅큼이 되면 봉다리에 넣고 넣고 하는데

나는 도통 그런게 눈에 들어오들 않어. 그냥 눈에 띄는게 활짝 핀 고사리뿐이네. 고사리밥인가

뭔가 두 오큼 뜯어 와서는 한번 삶아 볶아 놓으니 쪼맨한 접시로 딱 한 접시여. 홀딱 먹고 말았지

말리고 자시고 할 여력도 없응께.

 

울 엄니 속으로 그러셨을거아녀. '아놔 똑똑하다더니 고사리 뜯는건 젬병일세 그려.' 생전 고사리를

뜯어봤어야 말이재. 그런데 시덥잖은 그 고사리 뜯다가 또아리 틀고 앉은 뱀을 봤어. 왔다메 놀래라!!

집에 와서 고사리 뜯다 뱀봤다 하니 고스방이 기겁을 하네.

안 그래도 눈이 션찮아서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여편네가 고사리 뜯는다고 뱀을 고사리라고

뱀멱살이나 잡아 비틀지 않을까 걱정이됐던게지. 다시는 고사리 뜯으러 가지 말라구 그래.

그러더니 그해부터는 일 년에 네 근씩 고사리를 사다대더만. 여편네가 또 나갈까바. 고사리 한 근에

사,오만원하니 그것도 일 년분 계산하면 돈이 솔찮어요. 개뿔 뜯지는 못하면서 욕심으로 고사리가 눈에는 선하지.

넘들은 나갔다하면 두어 다래끼씩 뜯었다면서 다듬어 슬쩍 대쳐서 채반에 날라름하니 깔아서 말리는데

지나가면서 흐벅진 고사리 허벅지 보면 아닌게 아니라 탐이 나지. 어이고 나는 언제 저렇게 고사리 뜯어서

보란 듯이 말려보나...험씨롱

 

어제,오늘 포도밭에 갔재요

이제 포도손질 시작이요. 이제 시작하면 칠월 초에 일이 마무리되재요. 봉지싸면 포도일은 반 끝났세요.

포도 두 골을 육손을 따면서 나가는데 혼자 하니까 왔다 갔다 해야 한 골 마무리가 되는겨. 두 골 끝내놓고

허리를 구부리니 비둘기 우는소리가 저절로 나. 아구구구구구구(요새 비둘기는 이렇게 우나? ㅋㅋ)

혼자 하자니 땡볕에(아직 포도 순이 존만하니까..ㅎㅎ) 지겹기도 하구. 살살 산에 올라가 봤재요

오호..벌써 고사리가 많이 셌네. 이파리 세 개를 활짝 펴서는 어찌나 억신지

그래도 계속 양지쪽을 덫어서 올라가니 하나씩 하나씩 고사리 올라 오는게 보여

첨에는 절대 안 보여요. 한밤중에 적외선 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면 어둠 속에서도 다 보이듯 고사리 뜯을 땐

내 눙깔도 적외선 광선을 뿜는겨. 이제 겨우 낙엽 속에서 머리 내미는 것도 가차없이 적발해서 똑 따내거등

애기고사리가 그러지...에이 고놈의 여편네 손도 잽싸네.

 

밭둑 위에 있는 산 한바퀴 돌아서 오니까 작은 봉다리에 한 봉다리여. 흐미 뿌듯햐~

집에 와서 어머님께 자랑스럽게 보이니 다듬어서 바로 삶자 하시네

아픈 허리 펴서 좀 누워 있는 사이 어머님이 다 다듬어셨어. 그걸 삶아 김이 뭉실뭉실 나는 것을 채반에

촤~악 펴서 말리는 중....그러니까 다 마를 때까지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