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보믄
요새 포도밭에서 하는 일은 육손을 따는 일이래요
육손이 뭐냐면 포도송이가 될 부분이 꼭 두 개의 송이가 생겨요
그러면 하나는 따 줘야 포도송이가 쭉빵으로 커서,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포도가 되지요
포도 한 골은 왕복을 해야 완성이 되요
혼자 나른하게 일하다보면 옛날 거짓뿌렁쟁이 양치기 소년이 생각이 나지요
심심이 골을 때리면 "늑대닷~"하고 고함을 질렀다는.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고 일하다보면 입에 꾸릉내가 나지요
그러다 꿩들이 갑자기 푸드득 날아 오르며 꿔꾸엉 하고 소릴 질러요
그래서 나도 꿩 날아 갈 때 꿩 쳐다보며 속으로 고함을 질러요
"야....아, 꿩새끼야 짬지 다 보인다아~~~~"
그렇게 속으로 괌지르고는 피식 웃어요
이 나이에 뭔 지랄인겨..함씨롱
손은 부지런히 포도순과 육손을 잡아 떼면서도 속으로는 이것저것 생각이 많지요
막내 올케 생각도 했다가, 내일 모레 보성 녹차밭 여행 준비도 생각했다가, 철학적인 생각도 했다가
오늘은 뭔 생각을 했냐면 자가 충전에 대해 생각했세요
힘들고, 짜증나고, 사는 일이 버겁고...다들 이렇게 살지 않나요
근데 그런 것을 가볍게 털어버리고 자기 힘으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가 충전 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내공이 깊은 사람이 아닐까..생각했지요.
<무찌마랑께> 쇼핑도 아니고, 술 기운을 빌리지도 않으며, 누구랑 침 튀기며 씨팔조팔 떠들지 않아도, 그냥 스스로 생각의 물꼬을
밝은 기운으로 돌려 놓고선 고요히 자기 베터리 작대기를 만땅으로 세워 놓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하고
주변에 그런 사람이 누가있나..머리통을 부지런히 굴려 봤재요
그런데 뭐..멀리 갈 것도 없이 딱 나구만..했시요
참 잘났세요^^
가끔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내공고수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나를 칭찬하고 나면
정말로 나는 어데서 피스톤이 힘차게 움직이는 소리가 듣기구, 내연기관이 에너지를 뿜으며 잘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