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런 맛.

황금횃대 2008. 5. 29. 22:56

종일 밭에서 포도순과 씨름하다가 저녁 먹고는 들에 가서 팥 두어골 심고

여기저기 돋아 나는 풀 때문에 아주 죽을 지경이라

오늘은 괭이를 들고 고랑에 풀을 맸네

결속기 쩔그덕거리며 하루 누르고 나면 손가락이 넘으 손 같애

거기다 호매이로 밭 매고 나면 손이고 발이고 흙물이 들어서 꼬라지가 엉망이지

손만 게우 씻고는 밥 한 숟갈 떠 넣어

아침에 한 밥이 꼬들꼬들하네. 마주 앉은 고스방은 꼬두밥을 좋아하니까 맛있다고

밥솥을 열어 한 주걱 더 덜어서는 김치찌개 떠서 맛있게 먹는데

나는 입 안이 까끌까끌한게 그 좋아하는 밥이 모래알 같어

그래도 배가 고프니까 어쪄? 맛이 있니 없니 모래알 같으니 어쩌니해도 먹다보면

한 공기 다 먹어 ㅋㅋㅋ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마음을 풀어요

글보고 히죽히죽 웃거나 답글을 달거나...이러다보면 손가락이 부드럽게 자판 위에서

춤을 추니까 손가락 뻗뻐드름허니 고단한 것도 풀려

손가락이 풀리면 마음도 풀리고, 눈도 검실검실 넘어가려하고

씻고 잠옷 입고는 이불 깔고 요대기 위에 퍼대지고 누워요

허리가 우드드드득 소릴 내면서 한껏 펴져요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게 있을까 싶게 편안해

그렇게 조금 누워 있다가 모로 몸을 돌려 한 쪽 다리는 내려놓은 덮는 이불 위에 처억 걸치며

누워 있으면 경부선 위를 지나가는 기차가 동네 철길로 진입하는 소리가 들려

철커덕철커덕철커덕...

그러면 사방 열어 놓은 창문으로 기차가 밀어내는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

치마잠옷 입고 가마히 모로 누웠으면 창문을 넘어 온 바람이 엉덩이부터 내려 앉는 느낌이 들어 그 다음엔 다리가 서늘해지고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을 도시 사는 사람은 창문을 아무리 열어 놓은들 알까

기차가 지나 갈 때마다 바람은 밀려오고

그 때마다 내 몸은 바람이 한 바탕씩 쓸려 지나가네

마치 마당에 비질 하듯

바람이 그렇게...내 몸을.

 

 

이런 맛은 살면서 좀체 보기 힘든 맛이야.

 

아우~~~

 

아우~~ 하니까 옛날 블로그 친구 <아우 좋아>가 생각난다

젊고 야물딱진 목포 새임은 잘 지내고 있나 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