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만들어 보는
1. 가지볶음
물가 비싸니 야채값도 만만찮어요
그래도 한 겨울때보다 가지값은 많이 내렸재요
밭에 가지 모종 댓푀기 심어 놓으면 한 해 여름 내도록 가지 질리도록 따묵고, 늦가을 조롱조롱 달리는 건 쪼개서
말려 놓으면 대보름날 묵나물 해먹어도 되요
가지 볶을 때 청양고추, 붉은 고추 다져서 넣고 고기 대신에 참치캔 하나 따서 쏟아 부어 볶으면 나는 고기 넣는것
보다 훨씬 맛이 낫더만요. 아이들은 참치 좋아하니까 잘 안 먹는 가지도 같이 먹게 되고.
국물 약간 짜지하니 있게하면 그것도 괘안아요. 너무 삐덕하니 마르게 볶아놓으면 맛없어 뵈여.
다~ 아 내 식으로 말한 것잉께 신경은 쓰덜 말구요^^
2. 들깨김치
올해 감낭구 심어 놓고 너른 밭에 멀 심가서 저걸 다 메꿀까 궁리 끝에 들깨를 심기로 작정을 하고는 들깨 모를
한 되나 부었당께요. 첨에는 쪼맨한것이 비가 서너차례 내리니 들깨모가 어찌나 바글바글 많이 컷는지.
동네 사람들 다 모종하고도 남겠다고 밭머리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한 마디씩 해요.
첨으로 들깨모를 부어봤응게 내가 뭘 알아야재.
밭 매서 모종할 분량 남겨두고 나머지는 낫 가지고 가서 대가리 팍팍 쳐 와서는 살짝 삶아 간장+젓국에 기본 양념
해서 가랑파 요새 나오잖여 물파라구. 그거 종종 썰어 넣고 참깨 듬뿍 뿌려주면, 이거이 들깨김치인지 참깨김치인지
분간이 안되요.
들깨순 기름에 볶아 진간장과 멸치 뽀사넣어 날것 볶아 먹어도 고소하니 맛있지만, 저렇게 살짝 데쳐서 김치 담아도
며칠 묵을만 햐!
3. 멸치꽈리고추 볶음
사람이 도를 통할라하믄 일순, 즉 찰나에 섬광처럼 깨닫는다하더니, 이십년 동안 멸치 볶음해도 한번을 마음에
안 들드만, 오늘 어디서 물어보고 그대로 하니 에헤라디요~ 저렇게 반들반들 깔끔한 멸치볶음이 되�네.
세상에..!!! 사람은 죽을때까정 배워야 한다더니, 그거 참 맞는 말이요.
고추 하나 깨물아먹어보니 짭쪼름하니 간이 간간하게 배였어.
울 엄니 맨날 저거 볶아 놓으면 고추에 간이 안 배여서 쓰다고 드실 때마다 한 소리 하셔요
그럼 나는 뿔따구가 드러워서 잘 못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잔소리 듣기 싫다고 인상을 구기고 주뎅이를 댓발 내밀고
댕겼세요. 속으로는 '내가 저누무 멸치 볶음 또 하면 사람의 종자가 아니닷!' 이름시릉 ^^;;;
오늘 완전 성공이여. 브라보!!!!! 잔을 들어 건배 한번 해야지.
4.새송이버섯 부침
이거는 정말 만들기 쉽재요
새송이 얇게 썰어서 데쳐요
물기 꼬옥 짜서는 보울에 넣고 마늘, 붉은고추, 풋고추 잔잔허니 채 썰어 넣고, 아까 들깨에 넣은 가랑파도 고추
길이 만큼 잘라서 넣고, 굴러 댕기는 당근도 곱게 채 썰구, 말 많은 쇠고기 있으면 좀 넣어주고, 없으면 돼지고기
넣어도 되고, 그도저도 없으면 오징어 뒷다리 넣어도 맛나구..ㅎㅎ
마른 밀가리 넣어서 계란 붙임성있게 대강 버무려 터벅하게 되면 계란 댓개 뽀사 넣어서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해서
후라이판에 지져내며 되요.
색깔이 이쁘져. 맛은 뭐....새송이가 뭔 맛이 있간? 그저 양념에 슬쩍 고기맛 나는 그맛이고 쫄깃쫄깃 씹는 맛이재
5. 우엉조림
이건 우엉 긁어서 썰어 삶아서 물을 화악 따라 버리고 다시 물 조금 간장, 물엿 넣고 마늘넣어서 사정없이 조려주면
된당께. 나중에 사진 찍기용 깨도 사알짝 뿌려주공^^
우엉조림은 내가 좋아해서 자주 해 먹어요
어떤 날은 얹어 놓고 컴퓨터하다고 새카맣게 태워 먹기도 하는데, 다행히 다는 안 태우고 밑에 물엿하고 간장성분이
눌어붙어 우엉하고 타면..위에는 안 타도 화근내가 화끈햐.
사는게 뭐 맨날 화근내나도록 뜨거우면 안 되지만, 한번씩 그렇게 불타보는 것도 괘안치 뭐..
6. 콩장
검은콩을 불려서 살짝 삶아 하는데, 내 친구는 마른 콩을 씻어서 바로 찜기에 찐다더만요. 쪄서 조리면 훨씬 고소하고
맛있다네? 근데 우리집에는 노인들이 계셔서 완전 불려서 물렁물렁한 콩장을 만들어야해요
저것도 뭐 별다른 방법은 없고 좋은 콩 사서 맛있게 졸이면 되요. 우린 고스방이 멸치를 좋아해서 콩장에도 멸치
뽀사 넣는구만. 새까맣게 연탄 뿌시래기 같은 멸치를 고스방은 집어 먹으면서 므흣해 해요
취향도 차암 독특해..아니아니아니아니 독특이 아니구 트기해(특이가 졸대로 아님) 증말.
이렇게 물병자리 바람같은 아내는 밑반찬 만들어 넣은 반찬통을 동개동개 동개놓고는(=포개놓고는) 어디 연애할
구멍이 없나 채팅창 띄우고 있는 중.....나의 더듬이는 바람냄새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