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골절 코브라
1.
작년 이맘 때던가 아니면 그 뒤에던가..하여간 그 어느 때, 우리집 부엌의 코브라 수도꼭지의 4번 경추가 뚝 부러졌다. 영 부러졌으면 못 썼을건데 그게 속에 있는 비닐 호스는 괜찮고 바깥을 감고 있는 쇠코일이 부러진거다. 그렇게 부러지니 뭐같냐면 여편네와 뭐하다 들켜서 깜짝 놀래 힘이 빠진 거시기처럼 훙녕훙녕 코브라 수도꼭지가 늘어졌다. 늘어진 수도꼭지를 붙들고 며칠 쓰니까 아버님이 철사와 바깥에 부목으로 댈 더 굵은 엑셀 파이프를 끊어와서 대충 비닐을 감아서 여태까지 썼는데, 지난 주 어머님 생신 때 설거지하면서 모가지를 좀 거칠게 당겼더니 그 아래 5번경추가 뚜꺽,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역시 속에 호스는 괜찮고 쇠코일만 부러졌다. 4번과 5번이 부러지자 코브라는 생명이 다 했다. 며칠 동안 훙녕훙녕 늘어진 코부라 목을 받쳐들고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코브라를 들고 그릇에 물을 쏴 줄때마다 거시기가 생각났다. 나는 이렇게 좀 음흉한 사람이다.
2.
이렇게 음흉한 여편네의 서방은 점심 먹으로 들어 올 때 코브라 수도꼭지와, 또 몸체까지 있는 세트까지 2종류의 수도꼭지를 사가지고 왔다. 연장을 가져 와라, 선풍기를 부쳐라, 여길 잡아라, 바깥에 계랑기에 가서 수도물을 잠궈라..주문을 해 대더니 새 코브라로 갈았다. 그러더니 죽은 코브라를 내 앞에 내밀면서 "힘은 밤에 쓰고 이제부터 코브라에게는 힘쓰지 마라"한다. 어젯밤.
3.
날이 흐리고 후덥지근 더우니 잘 밤에 서방이 찝적거려도 영 싫다. 속에서 열이 오르는지 하여간 몸에 손이 대이면 덥고 답답하다. 그래서 들어 오는 손을 팩, 밀쳐 낸다. "여편네가 지 혼자 동삼을 삶아 묵었나 나는 추버 죽겠구만 맨날 덥다고 난리여"
그렇게 팩팩거리면 내 같음 더러버서라도 돌아서서 잘 터인데, 저는 해구신을 삶아 먹었나 계속 추근거린다. 삐질대장이라
잘못하면 또 삐져서 못볼 꼴을 봐야하고, 웃으며 거절하자니 속에 부글부글 끓는다. <아, 여편네가 더워죽겠다며 없는 갱년기까지 들먹거리며 싫다하면 좀 곱게 잘 것이지 왜 이리 집요하게 달라붙나 몰라.>
칼날같이 쏴붙이며 스방 가슴에 핏방울이 아롱지게 매몰찬 한 마디를 날리고 싶지만, 오십 넘은 남자의 자존심 상처는 핏방울 아롱지는 차원을 넘어 가늠할 수 없는 피바람이 들이칠거 같아 그리 못하고 미적거리는데, 앗싸.
4.
어르고 구실리고 애원하고 애교를 떨어, 찡그리붙인 여편네에게 겨우 동의를 얻어 마악 한 다리를 올릴려는 찰나, 갑자기 덜커덕 문소리가 나더니 발자욱 소리가 저벅저벅, 깜짝 놀란 스방이 엉겹결에 제 자리에 돌아 눕는데, 헉@.@ 이건 뭔가? 눈 앞을 휙 지나가는 4,5번 경추 부러진 훙녕훙녕한 코브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