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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러 간다

황금횃대 2008. 7. 3. 08:16

 

 

한강철교를 건너면 그가 사는 동네다

그닥 히히호호 자주 떠들고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안부 전화로 확인하는 그의 무게는 제 몸무게만큼으로 삶을 눌러

누대로 내려온 지구의 기울기가 23.5에서 한치도 더 기울지 않게 하고 있구나..했다.

 

그가 이제 지금 자리에서 누르기 한 판을 끝내고

다른 땅덩이에 가서 다시 누르기 한 판 공격을 하려고 떠난단다.

해물찜 한 솥 시켜 놓고

밥이 들어 가기 전에 술 한 잔 털어 넣는다.

지하 해물탕집은 조용하고 고즈녁하고 적당히 어두워서

붉어지는 얼굴을 묽게 하고

간간 울컥하는 심사를 텅텅 울리는 소리가 감싸준다

 

명옥씨도 불러다가

<이제 가면 언제 보나>웃음 섞인 곡소리를 내면서 우린

술잔을 기울인다.

 

 

제라늄이 핀 민토의 앞길은 소나기가 쏟아지고

붉은 제라늄은 더 붉은 내 얼굴을 빠꼼히 쳐다보고 있다.

"애인이 바로 이 사람이였어요?"

명옥씨가 묻는다

우리가 한 때 사랑을 했던가? 라는

낡은 물음은 못쓰는 우산처럼 부질없는 것이고

우리의 사랑은 그런게 아니였어 하는 암묵적 이해만 세 사람의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맴돌고 있다

 

어딜 가서 어느 구석에 처백히 살던

우리의 이상은 각자의 가슴 속에서 꽃을 피울거구

서로의 꽃들에게 거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백만스물다섯가지나 된다.

 

 

 

정상씨, 명옥씨,

그대, 그리고 우리의 웃음 속에

우주가 있나니..

몸성희 잘 살아서

다시 한 잔 합시다

비 내리고

제라늄 피는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