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먹는 막걸리

콩잎 장아찌

황금횃대 2008. 7. 9. 22:16

 

폭염에, 주의보에 대한민국은 더위의 도가니탕이다.

이렇게 뜨거운데도 들깨밭에 바랭이는 깨알같이 새파랗게 돋아나고 흘겨보는 내 눈은 가자미눈이 되고 만다

저누무 밭뙈기는 날도 더운데 바랭이 외투를 왜 저리 좋아하누 끌끌..

얼마나 더우면 포도밭에 봉지 싸다가 땀 닦느라고 잠시 벗어 둔 안경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영 잃어버렸을까

몇 년전 아버님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병원 샤워실에 벗어 두고 나와 머리 닦고 가보니 사라졌다.

애인이 그 사실을 알고는 딱하게 여겨 거금을 들여 새로 장만해 주었는데 정신머리가 혼미하다 보니 그것을

또 잃어버렸네. 애인도 없는 요즘은 또 어디서 안경을 장만하나 끌끌..

 

티비를 틀면 주가는 폭락, 환율은 급상승, 물가는 천정부지 치솟고..그렇게 비싼 값을 치뤄도 몸에 이롭기는 커녕

언제 비실대다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병에 걸릴 지 모를 수입품들이 판을 치니..자연 나는 손가락이 오구라 든다

 

콩 농사 엎어 버린지 오래 되었는데 올해는 콩을 심었네

콩이 싹이 나고 나풀나풀 속잎이 나고 가쟁이가 벌고...이런거 밤낮 들여다 보면 참 이쁘다.

득,득, 흙을 긁으며 풀을 없애고 북을 돋워주면 높다랗게 올라가는 북이 명박산성에 비할까

어제저녁 먹고 낫 들고 가서 콩 순을 질렀다.

손으로 질러야 <지르는 맛>을 자시 쓸 것인데 어찌나 덥던지, 연신 떨어지는 땀에 눈이 따굽어서 ..그리고

그건 그렇게 곱게 지를 필요가 없는 짓이라서 첩년 머리채 휘어잡듯 콩 순을 화악 거머쥐고는 낫을 갖다 대서 쓱~

베어낸다.

푸대에 담아와 집에 와서 어머님과 다듬었다.

"들깻잎을 담아 먹지 콩잎을 우째 먹나.."

"콩잎은 털이 많아서 껄끄롸"

어머님 아버님은 연신 콩잎을 먹겠다는 내 의지에 의문부호를 갖다 붙이신다.

"아이라예 아버님, 콩잎 연할 때 간장에 장아찌 담아 묵으면 얼매나 맛있다꼬예"

충청도 음식 정서와 경상도  음식 정서의 차이점을 어떻게 순간에 다 설명하리

겨울에는 삭힌 콩잎을 뜨신 밥숟갈 위에 척 얹어서는 콩잎대궁 손가락으로 잡고 이빨 마주쳐 추우욱~ 훑어서 먹는

맛을 충청도 노인한테 아무리 잘 설명하여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아침 식전에 씻어 소쿠리 받쳐 놓았다가 물기 대충 걷어서는 간장 달여서 차곡차곡 담으면 된다.

 

 

저거 맛있게 담아서 동네 회관에 한 접시 돌리면, 이제 충청도 콩밭에 콩잎은 남아 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