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이것 저것..

황금횃대 2008. 10. 29. 13:43

아침 마다 산책을 해요

들깨는 누렇게 익어서 낫들고 쪄로 나가야하는데도 그건 안해도 내가 안 죽지만 운동은 안 하면 내가 죽어요

정작 죽기야 하겠어요. 운동 안하면 정말로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비장한 각오를 들이대는 것이지요

우리집에서 에넥스 씽크대 공장이 있는 아랫마산리 쪽으로 쭈~~욱 걸어서 월류봉이 있는 원촌교 다리를 건너

완정리로 접어드는 코스에요. 완정리 다리까지 걸어가서 집까지 되돌아 오면 꼭 한 시간 삼십분이 걸려요

봄에, 그러니까 지난 오월달에 그 길 양쪽으로 들국화를 심었어요.

요새 그것들이 만발하여 진짜 이쁩니다.

가을 햇살이 자글랑 소릴 내며 떨어지면, 벌들과 나비들이 떼로 날아와 붕붕거려요

자세히 보면 사마귀도 있고 송충이도 있고, 깨벌레같이 꾸물럭꾸물럭 기어 다니는 벌레도 있고 많은 곤충들이

거기 살아요. 완정리 들어서면 길 가 산 우에서 꿀밤들이 떨어져 걸어가는 내 발 앞까지 마중을 나와요

자락자락 논들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요. 정말 그 색감은 멋지지요

아모 생각없이 걷노라면 눈에 이것저것이 들어와요. 굴러 떨어진 도토리, 떡갈나무 잎들, 물에 빠져 죽은 지렁이

차를 타고 가다 휙 버린 뚜껑없는 생수통, 담배곽, 바람에 날려 한 짝만 나뒹구는 빨간색 코팅 장갑....

 

그렇게 길을 걷다가 무엇이든 하나만 주워 오기로 했어요. 어제는 도토리를 주었고 오늘은 길 가에 떨어진 세멘못을 주웠지요. 스방이 자동차를 몰고 다니니 길에 못이 떨어져 있는 걸 보면 반드시 주워요. 아무 차라도 못 위를 지나가면 발통이 빵구가 나잖아요. 못 하나 때문에 빵구가 나면 아무라도 기분이 상할거구, 상한 기분을 어데다 풀면 그걸 받아야 하는 사람은 느닷없이 화를 받았으니 또 심정이 상할거구..이렇게 생각을 연결해나가면 못 하나 줍는 것도 지구의 평화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한 것이재요. ㅎㅎ 비약이 심하다구요?

 

집에 와서는 물을 한 잔 쭈욱 들이키고는 방에 들어가 터들퍽 주저 앉아요. 지난 번에 친정 갔을 때 올케가 내게 맛있는 대게를 정말 배부르게 먹게 해 주었어요. 식사비가 꽤 나왔을텐데도 불평도 안 하고. 그게 이뻐서 내가 퀼트 가방을 하나 만들어 주겠노라 약속을 했어요. 이틀 전부터 천쪼가리 꿰 맞추고 자르고 꼬매고 앉았으니 고스방이 또 뭘 그리 꼬매냐? 하고 물어봐요. 가방이라구..가방.

 

고서방은 내가 천으로 뭘 만들고 있으면 제발 그만하라고 해요. 예전에 천으로 생리대 만들어서는 그걸 딸년하고 나하고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깨끗하게 빨아서는 빨래를 개서 동개동개 몇 개씩 얹어 놓으면 기겁을 해요.< 어이쿠 나는 저거 보면 아주 뒷골이 아퍼.> <왜요? 이쁘게 만들어서 보기 좋구만.> <개뿔, 이쁘기 뭐가 이뻐? > 목욕탕 수납칸에는 공장에서 만든 생리대가 한 봉다리 얹혀 있지 방에 오면 또 천으로 만든 그게 또 한 무데기 있지...ㅎㅎ 생각해 보면 고스방이 살짝 뒷골 땡기게도 생겼습니다. <그게 뭐 챙피하고 숨길거라구. 맹 옷이나 양말짝이나 별반 다를게 뭐가 있노?>우리의 생각은 천년만년 변하지 않을텐데...하여간 천쪼가리 들고 앉아 바느질만 하면 고스방은 생리대 만드는가 싶어서 ㅎㅎ 지레 겁을 먹고 있어요

 

며칠 전 고스방한테 된통 당했어요

그래서 의기소침한데다 또 안 좋은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더랬어요

그래도 고스방이 일찍 마음을 풀고 오늘 새벽에는 다리를 주물러 주고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살갑게 잘 해요

나는 좀 사악하게 계속 몸과 마음이 아픈 버전으로 끌고 가며 힘 없는 척해요. 그러다 진짜 감기에 걸려 골골하지요

점심 먹고는 황간의원의 노총각 의사한테 궁뎅이 내놓고 주사도 한 방 맞았세요

생강차를 사다 타 먹으려고 봤더니 중국제가 안 들어간게 없어요 할 수 없이 우리땅 흙묻은 생강 사다가 대추 넣고 푸욱 다려 꿀 타서 댓 그럭 퍼먹었세요

 

약을 안 먹고 버텨볼라고 하는데 저녁이 되니까 목구멍이 따가운게...기침이 나와요

달걀님이 감기엔 자외선소독이 최고라해서 저녁 넘어가는 볕으로 나가 들깨 한 뙈기도 자빨트려놓았는데..

감기란 놈이 나가줄라는지 모르겠어요

시월이오면 여기저기 다 아파요

옛날 사람들은 자슥을 낳은 산달이 오면 아프고 허기가 진다더만, 나는 꼭 시월에 그렇게 모질게 몸살을 합니다.

마음속은 암시랑토 않은데 몸이 신음소릴 내요

으음..으으응..으으으으으으...아잉...어째 신음소리의 어감이 이상한거 같어...

 

살면서 이런 저런 일을 다 경험하면서 살게 되지만 자신의 마음만은 다치지 말고 잘 간수합시다.

그래야....에이씨 뭔 말을 하려다...까묵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