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붉은 모델-11월

황금횃대 2008. 10. 29. 13:46

 

 

 십 일월

 

 

아침에 설거지 해놓고 후딱 청소기 돌리고는 모자쓰고 산책가요

완정리 다리까지 걸어 갔다 오면 딱, 한 시간 반이 걸려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양쪽을 둘러보면

이제 배꼽까지 단풍 외투를 걸친 산들이 나오고

어젯밤 졸창지간 비명횡사한 뱀을 만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바람 한 푸대 불어 오는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기다렸다는 듯 붉은 감 잎이 쪼르르 내 발 앞으로 마중을 나와요

나는 그럼 발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살며시 내려 놓으며 그녀에게 악수를 청해요

바람모퉁이에서 얼마나 떨고 서 있었던지 그녀의 몸은 차갑습니다.

걸어 오며 짬짬히 주머니를 벌려 볕도 몇 줌 넣어 두었기에 나는 그녀를 주머니에 넣고는 집으로 와요.

따뜻하게 몸이 풀린 그녀를 책상 우에 얹어 놓고 십일월의 모델로 달력을 그려요.

누가 모델이 어떻더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려구요

 

"존나 빨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