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답장 받았네

황금횃대 2008. 11. 3. 20:04

도대체 얼마 만에 받아보는 손으로 쓴 편지인지 더듬어 보기가 힘이 들어써.

하지만 더 힘든 건 왜 이 편지가 나에게로 �는지 알아내는 거였지.

내용보다

그 행간 사이로 무슨 말들이 숨어 있는 건지 읽어내고 싶은 욕망에 천천히, 다시 천천히, 되돌아 읽곤 했네.

다친 둘째손가락은 괜찮은 건지?

그 손가락보다 더 상한 그 곳은 정말 괜찮은 건지?

 

혹 내가 어느 귀퉁이에 흘린 글이 네게 가 닿은 것은 아닐까?

아님 그 �은 만남에서 뜻하지 않게 쓸만한 이미지를 남긴 건가?

내게도 존재하는 그 고스방을 알아채버린 건 아닐까?

자주양파 건으로 저화했던 그...때문인가?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편지를 받은 그 하루는 종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나봐.

마치 연애편지라도 받은 듯 설레고 감질나고 흥분되고 자글자글거리는 그 오래된 감정이 나를 흔들었지 뭐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네. 친구.

 

그리곤 그냥 나 좋을 대로 풀어내고 말았어.

멀어서 좋은,

잘 몰라서 더 좋은,

그저 생각 하나 섞어 볼 먼 친구 하나가 필요했던 건 아닌가 하고 말야.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도 사실 고민했어.

근데 어떠하든 답은 하고 싶었어.

전혀 정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생각 하나, 가 닿았으면 좋겠네.

 

"잘 지내시죠?"

"아, 그럼요."

그렇게 주고 받을 수 는 있지 않을까?

 

마치 숙제라도 하듯 서방 없는 월요일 밤에 이 글을 써.

미당을 거쳐 춤판 한자락 보러 갔다가 도랑오던 어제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어.

두끼를 연이어 차려주지 않는 며느리가 괘씸해서 한 판 벼르고 있는 시애비의 서슬퍼름이

수화기 너머로 달려 나왔거든.

늘 겪지만 늘 새로워서 몸서리를 치지.

머리는 차가운데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리며 발을 헛딘는 느낌.

돌아와 빌고 달래고 어르며 오직 평안한 잠 하나만 갈구하게 되지.

 

고맙네 친구.

생각하게 하고, 설레게 하고, 답하게 해서.

잘 지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