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잔머리 꽃게

황금횃대 2008. 11. 16. 21:28

 

 

 

 

 

당진으로 어제 저녁 6시 차로 집을 떠났다

딱, 24시간 마누라 부재에 고스방은 전화를 5번했다.

마지막 전화는 저녁 6시 11분에 왔는데 내 옆 좌석에 앉은 아가씨가 다 들릴정도로 고함을 지른다

"니는 사람이 우째 그 모냥이고. 어제 저녁에 나갔으면 낮에 해 있을 때 들어와야 될거 아녀?

그 서슬푸름에 나는 할 말이 없고 발 앞에 놓은 꽃게박스만 쳐다보고 있다.

'꽃게야 니만 믿는데이~~"

집에 도착하니 7시

고스방은 아직 저녁먹으러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대전터미널에서 6시 20분 버스를 타려고 그 이전

버스 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들어와 가방 내 던지고는 바로 어머님에게 꼴뚜기 살짝 데쳐서 초장 곁들여 드시라 하고는

스뎅냄비 얹어서 무 썰어 넣고 된장, 고추장 풀어 꽃게탕을 끓인다.

그거라도 끓여놔야 고스방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할 수 있다.

 

 

 

살아 있는 꽃게들이 진한 국물을 내며 탕이 되고 있다.

주무시려고 들어가신 어머님 방에 다시 기별을 넣어, 딸이 기막히게 지어 놓은 현미밥을 조금 떠서는 드시라고 기어이 불러낸다. 꽃게호랭이 어머님은 배가 부른데...하시면서도 상 앞으로 앉으신다. 이걸 식탁에 차려 놓으면 또 안 된다. 딱 어머님 방문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밥상을 부러 놓아서 어머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같이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한 꽃게탕을 먹는 풍경이 없다는 듯 먹고 있는데 고스방이 딱 들어오며 <행복한 풍경 낚시>에 걸려들고 만다.

 

이노무 여편네 보기만 해봐라 아주 요절 직전까지 갈테다..하며 잔뜩 벼르고 독사같은 눈을 뜨고는 고스방이 들어 오지만, 한참 맛나게 꽃게살을 발라 드시는 어머님과 진한 꽃게 국물에 세 그릇째 밥을 비우고 있는 비실비실 아들놈을 보면서 한 바탕 하고 싶은 마음을 고만 접고 만다. 여수같은(여우같은)마누라는 눈치를 살살 보면서 스방 옆에 앉아 손가락이 뜨거운 것을 참아가며 꽃게 살을 발라서 스방 밥 숟갈 우에 얹어 준다. 그 모습을 안경 너머로 울 딸이 마주 앉아 밥 숟갈 떠넣으며 쳐다본다. 나는 딸에게 찡긋 눈을 감는다 ~.*

 

사람이 배가 부르면 만사 긍정적이 된다.

저번에누가 밥 굶어가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별 소득없는 협상을 한 글을 읽었지 않는가.

잔뜩 배가 부른 고스방은 긍정의 사고가 넘실대다 못해 45도 치켜떴던 눈꼬리로 흘러 넘친다.

"게가 살았는걸 끓였더니 살이 탱글탱글하니 맛있죠?"

잔머리 여편네는 게살보다 더 찰진 멘트를 날리며 서방의 아드레날린 분비샘을 와해시키고 만다.

ㅋㅎㅎㅎㅎ

 

오늘 밤까지 지내봐야 알지만 그까이꺼 머 "요대기 싸악 깔깝쇼?"한 마디면 상황 종료!

자, 그대들은 눈으로 드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