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요새는 컴퓨터 출장 강의 간다고 바쁘재요
아침 설거지 끝내놓고 빨래 털어 미친년 널뛰 듯 널어 놓구선 대애충 대가리털 빨아 헹구고 얼굴 씻구는
로션 턱, 턱 바르고 나갈 준비를 해요.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긴 했어도 스쿠터 타고 달리면 바람이 여간 차갑지 않재요
집구석에 있을 땐 불을 빵빵하게 때니까 추운줄 모르고 허술하게 나갔다가 봉변 당하기 십상입니다.
여기서 쒸웅~ 타고 나가 굴다리 빠져나가면 바람색이 다르당께요
앗차 마스크를 안 가지고 왔구만, 후회를 해도 이미 오토바이는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에넥스 앞까지 왔세요
그럼 되돌아 가기도 차마 거시기 해요. 그냥 목에 딜딜 감아 놓은 머플러를 입 우에까지 꺼땡기서 입술을 좀
가립니다. 하이바 앞창도 푹 내려서 바람을 좀 막아보려 하지만 그래도 바람이 들어오는 구멍은 여기저리라
한참 타고 가면 이마가 씨릿씨릿해요. 우천리 상독골까지 가려면 아직 산을 끼고 몇 구비를 돌아야 하는데
아무리 가슴을 내려놓고 어깨를 낮춰보지만 가다보면 또 어금니를 꽉 깨물고 어깨는 한없이 움츠려들어설랑.
그래도 겨울은 좀 추운게 좋아요
쨍하게 차가운 날씨가 볼때기 살을 갈라 놓을 듯이 덤벼들고, 이빨이 딱,딱 마주치게 한 번씩 몸을 떨어 주면
사는 일이 팽팽해져요. 활 시위를 잔뜩 땡겨서 손가락 힘을 조금만 풀면 활이 시위를 떠날 듯한 그 극도의
팽팽함이 좋지요. 그런 날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면 그저 달리기만 할 뿐이였는데 목적지에 닿으면 괜히 뿌듯해요. 산모롱이를 굽이 돌 때 오토바이가 살짝 눕혀지며 일정 각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때 내 몸도 오토바이와 한 방향으로 기울어 부드럽게 곡선길을 벗어 날 때, 아...이때는 정말 라이더의 질주본능을 느끼게 된다니까요. 흠...기껏 스쿠터가지고 그리 말하면 할리 타는 사람은 어떤 치사를 해야 하냐고 반문하시겠지만, 그것도 발통 두 개, 스쿠터도 발통 두 개..ㅎㅎㅎ 느낌은 마찬가지라 생각하재요
동치미 담아서 장꽝 그늘에 놓아 두었는데 올해는 살얼음 서너날 떠 있다가 다 먹게 생겼네요
콩나물밥 해서 뜨끈뜨끈할 때 솥째로 밥상 우에 떼놓고 한 그릇씩 퍼설랑 양념장 살살 얹어 비벼서 살얼음 사그락자그락 떠 있는 동치미 국물 떠 먹으면 세상에 그보다 시원한게 다시 없는데.
아직도 아이들은 집에 오지 않았세요
고스방도 저녁 먹고 다시 나가서는 아홉시 기차 손님 보고 올랑가 오지 않았구요
일찌감치 저녁 드신 아버님은 방으로 들어 가시고, 기말고사 끝나고 부지런한 아들놈이 설치한 크리스마스
트리만 깜박깜박 조는 불빛을 토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