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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1일

황금횃대 2008. 12. 31. 18:40

 

 

 

 

이제 마악 저녁 밥을 먹고 밥상 우에 행주질을 싸악 하고는 설거지거리를 물에 담궈 놓았으니 한해 끼니는 다 해먹은 셈이다. 소위 고압압력밥솥기사의 크나큰 고민이란 고압으로 인해 밥솥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아니고, 이녀르꺼 삼시 세끼를 뭘로 장만해서 어떻게 떼울까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국이라도 곰솥에 한 솥 끓여 놓고, 김치통에 세 가지 정도의 질감 다른 김치가 있다면 아주 큰 부자가 된 듯한 포만감을 누구라도 느껴보았으리라. 밥상 앞에 의자 끌어 당겨 털퍼덕 주저앉아 이것저것 밥숟갈 위에 처억척, 얹어 먹기만 한 사람이라면 이런 고압기사의 고충을 어찌알리요. 그저 여편네는 맨날 집구석에서 놀고 먹는 존재라는 생각밖에 안하는 바깥사람이라면 더욱 이 고충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집 딸래미 말마따나 김치는 수십가지 올려도 '첩'에 해당이 안 된단다고 앙탈을 부린다. 물김치, 배추김치, 알타리무김치, 파김치,무말랭이김치,깻잎김치....이런 김치종류는 밥상이 비잡도록 올려도 반찬에 가지 수에서 제외된다는 말이다.

며칠 전에도 내가 이런 김치 종류로 주욱 상을 차리니 젓가락 끄트미만 빨고 앉았던 딸래미왈, 또 영첩반상이야?

이런 지기럴. 김치는 반찬도 아니란말이지.

 

상민이는 오늘 하마산리 현정이랑 서울갔다.

현정이는 날씬해서 짧은 치마를 입고 왔는데 즈그 딸래미는 맨날 청바지에 도날드닥파카만 입고 다닌다고

고스방이 좀 참견을 한다.

현정이가

"상민이 너 코트있잖아 그거 입구 가"

"코트가 있으면 가져 와바"

구두를 신고 가려고 인터넷에 급하게 주문하여 아침 나절에 그렇게 기다리던 구두가 왔는데도 결국은 운동화를 택하는 상민이에게 아바이는 뭘 기대하려고 코트를 입으라고 하나...

하도 입어 보라고 하니 상민이가 코트에 팔을 끼다가 다시 벗어 내려놓는다. 이런 긴코트는 거추장시러워 싫어 아빠!

 

 

어쩌면 나를 그렇게도 닮았나 상민이는. 털털하다 못해 누추하다 ㅡ.ㅡ;;

또래의 지 친구들은 화장을 하네 스모키를 하네 연구에 야단법석인데 상민이는 마음만 있을 뿐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다. 결국 상민이는 운동화에 오리털파카를 입고 목에다 목도리를 둘둘 감고 갔는데 그저 고스방은 혀만 끌끌 찰 뿐이다. 으이고 내딸은 왜 저런고...쩝.

 

보신각 타종 때 혹시 상민이 얼굴이 티비에 비칠라...잘 봐야지

해마다 티비로 그걸 봤는데, 또 이상시리 종 칠 때마다 고스방하고 삐져서 제대로 보질 못했는데 올해는 딸래미 얼굴이나 찾기놀이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잘가거리 공팔년도여, 내년에는 공구년도..그러니까 새해엔 공동구매를 많이 해야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오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