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우리, 살아 기쁜 일

황금횃대 2009. 2. 1. 09:02

고스방한테 허락도 안 받고(아직도 이렇게 사는 내가 서글프지만) 무작정 2시 21분 서울행 기차표를 예매해놓고 저녁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스방이 좋아하는 무나물도 국물 자작허게해서 볶고, 쇠고기 국도 끓이고, 가오리찜도 해놓고, 콩장도 만들어놓고..

씽크대 개수대에 붙어서 이리저리 콩닥거리는 내 뒤에 딸래미가 붙어서더니만 그런다

"아, 이 무슨 계산된 반찬목록이랍니까? ㅎㅎ"

계산은 무슨...하고 얼버무리지만 나역시 웃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이렇게 사악하게 살어도 되남? ㅋㅋ

 

고스방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오지 않고, 나는 찰칵거리며 다가오는 기차시간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전화를 걸어서 점심 먹으러 안 오냐고 하니까,  여편네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 점심을 챙기나싶어 고스방이 바로 들어온다. 밥을 차려주면서 서울 모임이야기를 실쩌기 꺼낸다.

잔소리 한 바가지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가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허이고 그냥 보내주면 어디가 덧나냐? 그래도 좋아

 

기차에 올라타서는 4개월만에 다시 보는 서울을 그려본다. 벨반 달라진거야 있을라고 그동네.

전철 행선로만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백석으로 간다. 식당찾기는 쉽구만.

오랜만에 나명언니, 풍경님, 자운영언니를 만나 뜨거운 포옹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다들 들어오네.카푸스님,밤안개님, 괴얌, 미모사님, 로즈님, 숲, 편재 내외....

편재는 언제나 그 얼굴, 500원은 얼굴이 좀 부었다. 자격증 시험 공부하느라 너무 무리를 했나보다

나명언니는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올림머리를 하였다. 그만하면 딸래미 시집갈 때 한복에 어울리겠어요

딸의 부탁을 들어주는 언니가 점점 이쁘게 변해서 속으로 내가 너무 좋았다.

카푸스님도 딸래미 시집보낼려는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중이다. 올림머리 하실려구요? ㅋㅋ

 

도정님이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전화로 달래신다.

과연 누가 1번이 될까....5번 번호표에 당첨된 밤안개님이 살짝 부애를 내셨고 6번째로 당첨된 로즈님은 발을 동당거리며 나 전화 안 받어...안 받어 하다가 도정님의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급방긋으로 선회를 한다.

 

미모사님은 머리를 짧게 자르셨다. 예전에 반야사에서 분홍 체육복과 미소로 얼반 우릴 죽여놓으시더만 여전한 그 미소에 용수염같은 가늘고 낭창한  목소리에 또 한번 자지러진다. 나야 늘 걸걸한 탁배기 목소리로 탁음을 질러대니 부러울 수 밖에.

 

괴얌님의 경사와 미모사님의 소설집 출간에 우린 한껏 부럽고 기뻐했다.

다들 풍경님이 마련해 놓은 숙소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낼건데 나는 고스방의 괌 한 마디에 음매 기죽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를 붙잡아 놓기 위해 먹는 것도 멀리하고<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긴 로즈님

대한민국 어디에 안 통하는 곳이 없었던 로즈님의 <작전>이 고스방한테는 먹혀들지 않아 그와 같이 사는 여편네는 좀 미안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번 기회로 로즈님은 작전의 질을 한 단계 업그래이드 시킬 빌미가 되었으니 앞으로 열심히 공부할 로즈님을 보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일어나는 나를 서운함과 걱정으로 배웅해준 두이노의 식구들

우린 잠도 몇 번이나 같이 잤고, 밥은 말할 것도 없고...그래서 보면 형제간 같어

큰오빠, 작은 오빠, 큰언니, 둘째 언니, 세째 언니, 동생들...

 

작전 전화 때문에 화가 난 고스방, 오늘 들어오면 너 죽고 나 죽는다고 엄포를 놓더니

1시 26분에 도착하는 기차시간에 맞춰 영동역앞에 차 대놓고 기다린다.

 

"오마낫, 택시타고 가면 되는데 마중 나왔세요?"

"마중? 흥! 그래 어디가서 죽여줄까?" 흐미 쌀벌해

"뭐 어디가서 죽것어요 집에 가서 죽어야지"

"왜 집에 가서 죽어 여편네야"

"거기 가야 애들이 엄마 죽는다고 말려줄거 아녀 ㅎㅎ"

 

쌩파리좆마냥 앵돌아져 차 안에 앉아 있던 고스방, 그러기나 말기나 막무가내로 웃고 들이미는 여편네

"여보, 청주아지매가 당신 주려고 쵸컬릿 만들어서 왔는데 하나 묵어 볼라요"

"안 묵엇!"

"이기 얼마나 맛있는데 ...안 먹는다면 내나 먹지 뭐"

다행히 전선은 급랭전선에서 온난전선으로 슬슬 바뀌고 있었다. 그런데 전선이 변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야이 여편네야 차비 줘"

허걱@#$%^& 차비라뉘??????

"오늘이 초하루아녀(그새 날이 바껴서 2월1일이 되었다 어흑) 초하루 첫 손님인데 공짜는 안되야"

"꽥!"

 

이때부터 내 잔머리 파트는 핑핑 돌아간다. 돈 이만원으로 작전실패의 후유증을 씻을 수 있다면야 까짓꺼..

기분 좋게 이만원꺼내 고스방 사이드바 옆에다 턱 놓으면서 "자 기분이다 이 만원!" 하니까 고스방왈,

"쪼뱅아 기분그튼 소리 하덜마, 지금 시간이면 할증 붙어서 이만원 넘게 나와"

크억~~나, 쓰러집니다, 할증이라니..ㅎㅎㅎ

 

그래, 할증이면 어떻고 고스방이 얼음바가지 괌을 질러서 내가 좀 쫀들 어떠랴

얼굴 보는 시간은 세시간, 길 우에 시간은 여덟시간 잔소리 한 시간...그런들 또 어떠리.

이런 열정이 펄펄 끓어 넘쳐서, 움직이고 행동하는 내가 멋있지......않는가?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