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울궈 먹으셈
집에 오니 늙은 서방이 쬐려본다. 이 밤에 여편네가 어딜 갔다오나하며 눙깔을 띵굴띵굴 굴리며 쳐다본다. "도서관에 갔다 오는데.." 뭔 죄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말꼬리가 흐려진다. "단술은 해놨어?" "아이고, 오늘 동네 청소하고 여기저기 댕기다봉께 그걸 못했네" "니, 아침에 내한테 뭐라했써, 오늘 해 놓는다고 하지 않았어!" 집구석에 왔더니 아무도 없어 썰렁하고 쓸쓸한 분풀이를 단술 해놓지 않은것에 해댄다. '그깟 단술 설에 실컷 먹었는데 그거 떨어진지 얼마나 됐다고..그라고 오늘 해 놓는다고 해도 바빠서 못 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뭘 그래요' 목 울대끝까지 저 문장이 튀어 올라오지만 꿀꺽 삼킨다. 저렇게 말했다가 낭패본 적이 한 두번이던가. "니는 맨날 니생각만하지. 내말은 발가락에 때만큼도 여기지 않지" 예전에 저렇게 말했다가 말(斗)로 받은 문장이다. 그냥 내일은 안 잊어먹고 꼭 해놓을테니 너무 머라하지 마라고 애 다독이듯 다독인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는 매번 웃어넘기는데 속에서는 슬슬 부애가 올라온다. 아, 여편네가 그렇게 씨레도 창자도 없는듯 웃고 넘기려하면 서방놈이 좀 받아주면 좀 좋은가. 계속 쌩파리좆마냥 팽팽거리며 시비를 건다. 에잇, 그렇게 꼬라지 보기 싫으면 내가 방으로 들어가지.
방에 들어와서 요대기를 펴고는 나도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누워서 아이들과 티비를 본다. 그러니 곧 바로 따라 들어와설랑 애들에게 또 괌을 지른다. "이 새애끼들, 빨리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맨날 해가 똥구멍을 찔러도 일날 생각도 안하고..느그들 생활 태도가 그따구니 어쩌구 저쩌구......(한 바가지, 두 바가지, 세 바가지..명창소리꾼이 납시셨다. 소리꾼? ㅎㅎ 잔소리꾼)
아이들은 울 아부지가 아, 왜 저리 심기가 불편하신가 하며 우르르 일어나 마루로 나가 티비를 켠다.
이불을 들치고 요대기 위에 드러누우며 티비 채널을 돌리더니 여편네가 컴퓨터 하는 장면이 나오자 금방 잠이 달아나는가 소리까지 크게 한다. 나는 번득번득 티비 화면 바뀔때마다 빛이 눈 안에 들어오는게 싫어서 뒤돌아누워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아니나 다를까 그 프로그램은 <사랑과 전쟁>이라는 부부크리닉 프로그램인데, 거기 내용이 여편네가 컴으로 채팅하다가 모임에 나가 어떤 놈하고 바람이 났는데 그걸 또 다른 놈이 알구는 협박을 하고..결국은 이혼법정까지 가서 4주 후에 봅시데이 하는 멘트가 나오면서 끝나는 그런 내용이였다.
고스방은 그걸 보더니 돌아 누운 날 보고는 시비를 또 건다
"야, 왜 돌아누워 자는척하고 있어. 똑, 니 이야기구만. 옛날 맨날 자다가 일어나 애들방에 가서 채팅하고 그랬잖아. 무슨님, 무슨님, 하면서 멀쩡한 이름 놔두고 말도 안되는 별명 지어서 불러 쌌고, 똑같네 뭐"
".............."
드라마가 끝나자 내쪽으로 돌아누으며 다리를 척 얹으며 하는 말이
"잘 봐둬 여편네야 채팅이니 뭐니 하다가 집구석 말아 먹은 집이 부지기수란말여. 저기 광운이(가명)아저씨 아들도 여편네가 카펜동 뭔동 만들어서 어띤놈하고 채팅하다가 바람이 나서 이혼하고 저렇게 집구석 쪽박깨듯 깨서는 촌에 내려왔잖어. 하여간 컴피터 그거 해서 뭔 득이 있다고 밤낮 매달려 있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네"
안 들을라 해도 스토리가 예전 내가 놀던 때(동창회 간다면서 카페모임하고, 교육 받으러 간다면서 미당가고...ㅎㅎ)와 너무 똑같이 전개가 되서 이불을 뒤집어 써도 마른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며칠 전에도 서울 잠깐가서 카페 회원들 만나 술 한잔하고 밤 두시가 다 되서 집에 오지 않았던가.
"그래 니는 이름을 뭐라고 지었나?"하고 묻네. 또 뜨끔하지. 멀쩡한 이름 놔두고 횃대라고 해싸며 www의 세계를 헤엄치고 다니고 있으니.
"내사 이름을 말라꼬 지어, 그냥 내이름 전상순 그냥 쓰지"
"하이고 그 촌시런 이름을 그냥 쓰냐?"
이런 제길룡. 내 이름이 촌시럽던 말던 뭔 상관이여
"그라고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나 이제 채팅 그런거 안 하거등요. 그게 언제적 이야긴데 아직까지 그런거 할까"
"흐흥...그럼 이제 아주 이골이 나서 안 한단 말이지, 해 볼거 다 해봤다 이거구만"
아! 이 밤에 잔머리 핑핑 돌게하네 이누무 영감이, 살짝살짝 유도질문하는데 넘어갔다가는 싸움나기 딱이다. 에잇 비장의 무기다
"아, 이제 고만 울궈먹어요. 아주 천년만년 울궈먹겠네. 동짓날 지나 밤도 자꾸 짧아지는데 뭔 이런 영양가 없는 소리래? 그래 원하는게 뭐욧!"
고스방이 야심한 밤에 원하는게 딴거있나 응앙응앙 당나귀 울음 소리 듣는게 소원이지.. 퍼뜩 올라오소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