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1. 좀 바쁘게 살아도 바쁘다 소리 안할라구 나는 용을 쓰는데도 가끔 지내가는 사람이 <어이 이장 요새 바뿌지?> 하고 물으면 마치 그 말을 듣고 싶었다는 듯이 냉큼, <아이고 말도 모하게 바뻐요> 하고 대답을 한다.
2. 며칠 전에 햇장을 담궜지. 역시나 전문가 어머님이 띄운 메주는 남달라, 쪼개보니 딱, 떡치 한 치 만큼 떴지 모야. 그렇게 뜨면 된장도 맛있고 간장도 맛있지. 오짓독을 깨끗이 씻어 소독을 하고 메주 네 덩어리 넣고 물은 서 말 잡았지. 예전에도 말했지만 물 한 말에 소금을 고봉 서되 잡으면 밥풀떼기 뭉쳐서 띄울 필요도 없이 농도가 딱 맞아. 장물이 며칠 지났다고 깜푸리하게 우러났어. 이제 하늘도 바람도 날아가는 새의 짬지도 장물 우에 비쳤다 사라지고, 품었다 놓아주고를 반복하면서 간장 된장이 익어간다네. 물론 장꽝 우에 살구꽃 그림자도 며칠은 머무르겠지, 곧 봄이라규~
3. 지난 토요일은 점심 퍼뜩 차려드리고 길담서원 다녀왔지. 박교수님이 길담서원을 열어놓은지 일 년 돌시가 되었다네. 밤을 하얗게 밝히며 선생님 여정도 같이 밟아가며 이야기 나누며 지낼려고 했는데 나으 고스방이 그걸 용납하겠냔말이지. 그냥 가서 얼굴만 보고 오라는겨. 얼굴만 봐도 어디야. 박교수님 뵈러 입은 채로 길을 나서네 시간이 아까와 치장차리고 자시고 할 여개도 없어. 네 시간 걸려 길담에 도착해서 가져간 누룩냄새나는 집 포도주 병을 따서 행사 준비하러 일찍 온 아가씨들과 서원일꾼이랑 포도주를 반 잔씩 했네. 교수님은 포도주 맛있다며 입맛을 다시는데 나는 뭐 포도주는 벨로라. 한잔을 마셔도 쐬주라고 언제 말했지를. 난 소주가 좋아, 소주 좋아 소주 좋아 소주 주세욤, 소주 좋아 소주 좋아 소주 주세욤~~(소주쏭)
4. 길담 행사를 다 못 보고 서울역에서 11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왔네. 영동역에 도착하니 새날 1시 반이여. 아들이랑 딸이랑 스방이랑 모두 날 마중나왔네.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푹 퍼져 자고, 고스방도 운전대에 얼굴을 파묻고 졸고 있어 ㅎㅎ 마누래 누가 델고갈까바 식구 수대로 다 나와설랑은 엄마를 기다리고 마누래를 기다리고. 속으로 무지 감동받았지. 딴 때와는 달리 고스방도 눈빛이 부드럽고..허기사 졸다 깼으니 까꾸장해봤자지.
나도 피곤해서 비실비실하는데도 그런거 내색하믄 안되지. 그냥 서울서 에르네기 팍팍 채워 온 티를 마구 냈지. "됐어 여편네야 고만 떠들아" 깨갱..
5. 어제는 벼농사 집에 배당된 친환경유기질 비료가 도착했지. 지난 금요일에 대한통운 청주지점에서 전화가 와서 월요일 오전에 도착한다고 이장님 인수 받을 준비허시라고 연락이 왔더만. 그래서 아침 설거지 퍼뜩 해놓고 9시 좀 넘으면 온다는 화물차를 기다리는데 당최 안와요. 컴퓨터 교육 약속도 되어있고 영동군 여자 이장 모임 점심 약속도 있는데 차는 올 생각도 안 하고. 면사무소 가서 물바구미 공동방제 농약 신청 받은 서류를 산업계 담당주사에게 넘겨주고 다른 사항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으니 면사무소에 누가 찾아 왔다네. "뉘신지요~"
6. 얼굴이 훤하신 남자분과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예쁜 아주머니가 면사무소 유리문 밖에 있어요. 그래서 날 찾는다는 분이신가요 하고 물어보니 그렇데. 어디서 오셨냐구 하니 대전에서 왔다구 이런저런 사정을 이애기 하시네. 블로그에 찾아와 이 년전부터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인데요...오늘 무작정 마산리 이장님 찾아 보려고 여기 면사무소로 왔세요. 하이고, 아무리 서울서 김서방 찾기라지만, 여기 황간이 좁다면 좁지만 그래도 찾을려면 막연할텐데 달랑 마산리 이장 찾아 왔다면 어떡허십니까..ㅎㅎ
7. 마침 비료 실은 차가 하마산리에 도착해서 오토바이 타고는 동네로 이동하는데 그 분들은 촌에서 살고 싶어서 땅을 보러 다니신다네. 그런 참에 마산리 상순이가 하도 살기 좋은 동네라고 블로그에 구라를 쳐대서 그 분들이 오신거 같어. 어쩌나..우리 동네 살고 싶으시다면 우선 우리 동네 구경부터 해 보시져. 비료 실어 온 차에 기사하고 얘기하랴. 지나가는 동네 아지매들하고 콩씨 주문 해 달라는 이야기 하랴, 또 손님하고 얘기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어. 비료 내려 놓은 것보고는 손님한테는 여기 말고 황간이 넓으니 여기저기 한번 돌아 보시라고 얘기하고는 또 상마산리에 비료 내려 놓으러 11톤 화물차 앞에 오토바이 타고 길 안내하며 우리 동네로 들어왔네. 시간이 좀더 넉넉하고 덜 바쁜날 오셨으면 반야사로 가서 차라도 한 잔 대접할 수 있었을텐데..
이곳 저곳 잘 보고 가셨능가 몰것어.
8.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네. 포도나무 전지는 이제 밭마다 어지가히 된 것 같구, 부지런한 농사꾼은 포도밭 거름도 지난 늦가을에 다 해놨을거라. 짬짬히 내리는 빗물을 거둬서 천수답 논에는 물도 준비해야 하고..못자리 준비를 하고 씻나락을 살펴보고, 논두름을 하고....
9. 따북따북 다가오는 봄, 봄의 발자욱 소리를 그대들은 들으시는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