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했시유
남자들이야 자주 술 한잔씩 하재요?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한 병되구, 한 병이 세 병되구 일곱병 되는건 잠깐이재요. 내가 그렇게 술은 안 마셔봤지만 안 봐도 비됴여. 사람이 꼭 학습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건 아니라우. 그냥 딱, 통박으로 알게되는 것도 있세요. 내가 오늘 술을 한 잔했세요. 술 먹은기 뭔 자랑이라고 여기다 개발괴발 떠들어쌌느나고 눙깔 부라리면 나는 참 할 말이 없지만서도, 적당히 내 육신의 꼭대기에는 대갈통이 있어서 술 낫게 먹으면 그 부분이 쪼매 아푸니, 아, 내개도 술 먹으면 살짝 아픈 머리가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거쥬. 머리가 있다는걸 평상시에는 뭐 인식을 하남유? 그냥 얼굴이 있구나..하고 거울 쳐다볼 때 잠깐 알 뿐이지. 그것도 얼굴만 인식하게 되지 머리라고는 생각 안 하잖어유? 어허, 집이는 생각하고 산다구요? ㅎㅎ 잘 났쑤!
뭔 일로 술 마셨는지 궁금하쥬? 사실 서방은 술 한 잔도 못하는 위인이라. 오늘 밤 자다가 배가 살살 아프면 십 년전에 처가집에서 마신 맥주 한 잔 때문에 이렇게 배가 아프고나..하고 뒤집어 씌우는 위인이라고 이야기했쥬? 그러니까 술이래야 십년에 맥주 한 잔 마실똥말똥 똥이 두덩거리니, 내가 서방하고 같이 대작하며 받으시오 따루시오..하고 술 마실 일은 여엉 없다는 말이쥬.
오후 두시에 동네 뒷골쪽으로 국도 사차선 신규공사가 있어요. 도로공사에서 발주를 낸 사업이라 동네 이장이 도로 지나가는 땅을 다 관할하여 공사에 참여하게 되는거쥬. 거기 공사 시공맡은 업자가 공사 배수로 관계때문에 이장 미팅이 있었세요. 배수로의 기본 설치야 토목하는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마는 막상 현장에 투입되면 인공위성으로 찍어낸 등고선하고 사람이 농사 짓기 편하게 내놓은 배수로하고 쪼매 차이는 있는 법이지요. 그래서 그 현장도 확인할 겸 공사 현장의 상황도 점검할 겸 현장 토목 담당과장과 계장이 나왔세요.
도면을 보니까 눈이 핑핑 돌아. 그네 들이야 보면 전문용어나 약자를 써서 도면 설계를 해 놓았겠지만, 생전 도면이래야 동네 지적도나 몇 번 봤을 뿐이니까 산의 높이며 배수로 , 물의 흐름 이런게 낯설지요 암만케도.
옛날 츠자적에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서 잠시 토목학원에 두 달 정도 취직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나의 첫애인 수박색잠바청년도 만났지만 그건 둘째이야기고 거기 토목기사 자격증 따는 시험이 있는데 시험과목에 <수리학>이 있어요. 나는 그게 뭐라도 뿌수고 수리하는데도 공부가 필요한가 했더니만 그게 아니고 그야말로 물(水)에 관한 학문이였어요. 나의 수박색잠바애인이 그걸 설명해줬어요. 그래서 나는 토목에 물길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걸 그 때 알았세요.
오늘 도면을 보면서 새로 난 길의 수로가 표시된 도면을 읽어요. 뭐 지금 내가 뭐라뭐라해도 기본적으로 설계된 사양이 변경될리는 만무해요. 거기서 공사하다가 정 아니다싶으면 그 때 수정이 들어가는거 같애요 내가 분위기를 보니까.
등고선이 복잡하게 그려진 도면에서 사람이 다니는 길의 통로부분과 배수로, 배수관의 관경까지 세세히 살펴야하니까 좀 복잡하죠.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그래도 눙깔을 부릅뜨고 도면을 손으로 짚어가며 여기부분은 어떻게 공사가 이루어지나요 수로와 인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통로지하도 천장은 무엇으로 하나요...나는 내가 아는데까지 물어봐요.
그렇게 설명이 끝나고 시공업자 회사에 속한 민원해결직책을 가진 사람과 옆동네 이장님하고 술 한잔 먹으러 갔세요. 그 분은 황간사람이고 앞으로도 황간에서 살아갈 사람이라....근데 난 술 한 잔하면 말이 좀 많아져요. 그 동안 고팠던 수다보따리가 펼쳐지는거예요. 전에 미당 갔을 때도 내 술버릇이 터져서 은영님이 괜히 놀랬어요. 난 지금도 그 때의 뻥이 미안해요. 미안해요 은영씨..
슬슬, 오늘이 제 외투자락을 깔며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합니다.
나는 오늘도 바쁘게 살았고, 누가 뭐래도 나는 200%의 삶을 살았습니다.
또 뻥친다굽쇼?
ㅋㅎㅎㅎㅎㅎ 눈치채셨군요...딸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