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9. 3. 5. 21:49

 

 

 

 

삼월 초 다샛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빗 속의 연인 살구나무 가지가 붉은 기를 머금었다. 고스방은 봄맞이 이발을 했다. 어제 깎았는데 여편네는 오늘 알아봤다. 생전 (남편의) 대가리 쓰다듬을 줄도 모르는 여편네란 말을 들었다. 자신의 머리를 대가리로 표현하는 남편. 대가리로 들었다고 나도 그에게 대가리라하면 버럭한다. 오늘 밤 기대하시라 내가 그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리라.

 

며칠 전 김유겸씨 볕방향 담벼락에 산수유가 머리를 내밀었다. 겨울 동안 그들은 눈 안에서 유전인자와 합숙훈련을 하였다. 훈련의 성과는 위대하고나. 아무도 붉은 색을 내밀지 않는다. 하나같이 노란색이다.

산수유만 그런것이 아니고 생강나무도 매화도 버들개지도 모두 그들만의 훈련결과를 일사분란하게 내놓는다.

 

지난 밤, 마신 술로 속이 부대꼈다. 내 손으로 해장국을 끓이지는 못하고 된장국물만 퍼먹었다. 어제는 아침에 콩나물밥을 했다. 한 솥 분량은 언제나 정해져있고 그걸 먹을려면 온 식구들이 한 자리에 먹을 수 있는 선택된 시간은 아침뿐이다. 솥뚜껑을 열어 일차로 고스방과 아들놈이 젤 먼저 먹고 바쁜 시간을 재촉해서 집을 나갔다. 그 다음에 어머님 아버님이 나오셔서 콩나물밥을 드시는데 밥이 처음보다 좀 식었다. 어머님은 밥 한 그릇을 다 비벼 놓구선 "콩나물 밥이 뜨끈뜨끈해야지 뜨시지도 찹지도 않다면서 내 뒷편에서 뭐라고 하신다."방에서 이불을 개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불에 데인 듯 식탁으로 가서 데워드리겠다고 한다. "됐다 고만" 전자렌지에 비빈 밥을 데우는데 나도 화가 난다. 어제 한 밥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 콩나물 밥은 퍼서 보온밥통에 넣어 둘 수도 없고 그래봤자 불과 이십여분 상간인데 어쩌다 한 번 드시는 좀 식은 밥이 그렇게 고까울까...어머님은 수저를 놓고 방으로 가신다. "콩밥을 그럼 삶아 드릴까요?"했더니 그도 싫단다.

 

전자렌지에서 비빈 콩나물 밥이 김을 무럭무럭 뿜으며 나왔다. 그러나 어머님은 방으로 들어가셨으니...홧김에 그 밥을 그대로 꾸정물통에 부었다. 강의 갔다가 11시 반쯤 왔더니 어머님은 떡국을 끓이신다. 바깥 장꽝에 담궈놓은 떡국을 건져 와서 드리니 딱 어머님것과 아버님 것, 두 그릇만 끓이신다. 나는 그냥 김치 넣고 감자 넣고 아침에 남은 콩나물밥을 넣어 갱시기를 끓였다. 먹어도 이건 살 파일로 저장이 안되고 애살 파일에 저장된다. 이 애살 파일의 경로가 궁금한가?

 

 

            C:\Masanri and Deachunamu\Sijipsali\Godalpm\aesal.ing

ㅎㅎㅎ

   비는 늙은 살구나무 몸뚱이를 푹 적시며 내린다. 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