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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나락 이야기

황금횃대 2009. 3. 20. 20:14

지난 겨울 前 이장이 주문을 한 볍씨가 오늘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우리 동네는 20kg짜리 9포대를 주문했다

거의 다 <대안>이란 쌀 품종을 선택했네.

대안벼는 도열병에 강한 오세토와 잎마름병에 강하고 밥맛이 좋은 섬진벼와 교배해서 나온 품종이라, 지역적응실험과 농가실증시험을 거쳐 1995년부터 보급된 볍씨 품종이다.

한 동안 볍씨로 대안이 대세였다. 대안은 수확량도 많아서 타작을 해 놓으면 나락멍석이 그득했다.

그러다 한참을 먹으니 은근히 밥맛이 질리기 시작해서 아끼바리로 많이 전환을 했다.

아끼바리쌀은 밥을 해 놓으면 찰진게 윤기가 반들반들 난다고 많이 바꿨는데 그러다 늦가을 태풍이 오면

아끼바리는 속수무책이였다. 벼의 키가 크다보니 태풍이 한번 휩쓸고 나면 무엇으로 밟은 듯 쓸려서 누워버렸다. 아까운 벼가 수확도 못하고 물에 잠겨 싹이 났다.  우리같은 일꾼이 없는 집은 다른 품종으로 다들 바꿨다.  그랬더니 가을 걷이하고 볏짚을 묶으려면 난쟁이 뚱자루만한 볏짚이 이리저리 빠져서 묶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요즘은 추청벼를 많이한다. 우리도 올해는 또다시 병충해에 강한 대안벼를 심기로 했다.

짚 묶으면서 내가 고스방한테 어지가히 꽁시랑댔기 때문이다.

 

나락 타작을 하면 물매상을 한다. 물매상이 뭐냐하면 나락을 뚜드려 며칠 볕에 말려서 수분함량을 15%인가로 맞춰서 매상을 해야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타작마당에서 커다란 자루에 담아 정미소로 팔아 먹는 걸 이야기 한다. 물매상을 하면 수분이 말랐을 때 중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여 가격이 책정된다. 매년 1톤 좀 넘게 물매상해서 논갈고, 모 키우고, 모 심고, 타작하는 품값 주고 나면 게우 몇 푼 남는다. 그걸로 돼지고기 사서 물꼬보러 다니고 모 머들이고 논 두름할 때 피땀흘린 보충을 한다. 그게 내 노동의 댓가이다. 그러고 집으로 가져 온 나락은 말려서 일년 내도록 쌀로 찧어서 먹는다. 현미 먹고 싶으면 현미로 찧으면 되고 백미 먹고 싶으면 백미로 찧으면 되고...생각대로 하믄 되구.

 

씻나락 이야기 할려다 엉뚱한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갔네. 그냥...흘러 갔으면 흘러 간대로 놔두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