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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황금횃대 2009. 3. 27. 13:02

폭폭한 현실서 끄집어낸 `함께 하기’
장정희 교사, 첫 소설집 `홈, 스위트 홈’ 펴내
이광재
기사 게재일 : 2009-02-11 06:00:00
 

새해와 함께 지역 40대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지역 서점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홈, 스위트 홈’(휴먼&북스)의 장정희(49) 씨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광주 대광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그가, 1995년 지역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얼굴을 내민 이후 오랜 습작기를 거쳐 건져 올린 11편의 짱짱한 소설을 한 권에 묶었다.

책 제목 ‘홈, 스위트 홈’을 보고 낭만을 떠올린다면 낭패다. 그는 ‘가족’과 ‘일상’이라는 큰 틀에서 고독, 가난, 죽음, 일탈 등 우리 주변의 삶과 상처를 정면으로 다뤘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졌어요. 덮거나 잊는다고 치유되지 않아요. 우회하지 않고 정직하게 그 안에서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그의 목적의식은 분명하다.

“소녀적 낭만은 10대에서 충분해요. 환상과 낭만은 현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죠. 더 힘든 사람들이 있고, 나 말고도 힘든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동류의식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보다 힘든 일도 있다고 말해주거나 함께 울어주기, 그저 바라만 봐주기 등. 이 가운데 그는 ‘함께 울어주기’를 택했다. 그의 작품들이 굳이 폭폭한 현실을 끄집어 내는 이유다.

이같은 현실인식의 바탕엔 그가 전남대 국문과 신입생 때 맞았던 80년 5월도 있었다. 그는 당시를 “정리되지 못한 채 혼돈상태에서 지나왔고 뒤늦게야 ‘세상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번 소설집에 실은 ‘스무살’은 그날의 부채의식에 대한 나름의 정리작업이지만, 그렇다고 무임승차할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80년대는 ‘광주’가 너무 크고 무거워 한 줄도 못썼어요. 90년대는 이념의 퇴보와 자본주의의 기승이 가치관의 혼돈을 불러와 역시 힘들었구요. 그런 점에서 2000년대는 그동안 억눌리고 잠재돼 있던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게 됐죠.”

늦깎이 작품집을 낸 배경이었다.

하지만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교사, 그리고 작가라는 네 가지 일을 모두 잘하기는 쉽지 않은 일.

“또래 작가들의 성과를 보며 잠을 설치고 조급증도 일었어요. 그러다 계기가 있었죠. 2003년 겨울 큰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생에 주어진 두번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의 ‘개안’을 한 셈이죠.”

그 결과 네 가지 역할 모두 어설프다는 자책은, 네 배의 기쁨으로 달라졌다. 책 출간과 함께 25년 교사생활 중 가장 행복하다는 요즘이 특히 그렇단다.

그동안 책 쓰느라 아이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줬다고.

“교사가 수업 외에 열심히 사는 모습도 좋은 교육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이번 소설집은 시작이다. 이제 겨우 강 하나 건너는데 사용한 뗏목을 떠나 보냈을 뿐이다.

이미 차기작도 초고를 끝낸 상태다. 조선 중기가 배경인데, 역시 아웃사이더에 대한 얘기라고 귀띔해줬다.

“제가 소띠예요.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정직하고 꾸준히 작품을 써가고 싶어요.”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그 때 서울가서 받아 온 책을 어젯밤 다 읽었다. 죽 읽어 나오다  바빠서 얹어 놓았는데 어제는 저녁시간 널널해서 마지막 단편 세 편을 다 읽었다. 소설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마음 먹어지는 책이 흔치 않는데 이책은 아니다. 옛날 관촌수필이 그러했고 혼불이 또 그러했으며 이번에 읽은 홈, 스위트 홈이 또 그런 마음을 들게 한다.

읽으면서 가심패기가 아팠다. 내가 단편의 주인공처럼 산 것은 아니였는데도 그랬다. 그러면서도 아릿아릿 아쉽고 안타깝다. 아무리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지만 늦은 밤까지 소설의 주인공이면서도 곧 돌아보면 내 주위의 사람인 그것들에게 끝없는 연민이 가 닿는것이다.

 

나는 아들놈을 기다리면서도 늦도록 잘 수가 없고, 저렇게 활자 속의 인물들이 내 앞에서 두런두런 말을 걸어와 또 늦도록 뒤척이고, 또 어떨 때는 동네 문제로 오디빛 밤 속을 헤매이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늘 잠이 부족하다.

 

한 동안 무얼 하고 싶다, 보고 싶다, 그립다...라는 이런 열망과는 관계없이 살았다. 눈 앞에 보여지고 늘어놓은 것들을 후딱후딱 치우며 살아야했기에. 그런데 며칠 전부터 바다가 자꾸 보고 싶다. 틈만 보고 있다. 바다로 날아갈 날을 위해. 헤르메스의 날개달린 모자라도 어데서 빌려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