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9. 4. 11. 19:34

 

 2009. 4. 9.

 

이십 년전에 내가 시집 와서는 이 년 뒤에 집을 개축했재요

집으로 가재도구를 옮기고 그 날 저녁 요대기를 깔고 머리를 아버님 방 쪽으로 두고 잤습니다

그 날 정해진 방향으로 십팔 년을 꼭 그 방향을 잤세요

4월 9일 저녁,

마루에 앉아 티비를 보시던 아버님이 내가 방에서 요대기를 깔고 베개를 아버님 방쪽으로 놓자 그쪽은 서쪽 방향이라 반대로 베개를 놓고 자라고 말씀을 하시네요

아버님이 그리 말씀을 하셔서 고스방은 아무 소리도 않습니다.

내가 만약 방향을 바꾸자 했으면 절대 그렇게 따라주지 않았을거예요. 高고집이라꼬. ㅎㅎ

아버님 말씀대로 방향을 반대로 하고 베개를 베고 누웠는데 아 글쎄 저게 뭐랍니까.

보름을 앞둔 달이 창문에 등불처럼 매달려 있는거예요

누운 자리에서 구구만리 우주에 떠 있는 달을 보다니요

그것도 방금 불을 켠듯한 꽃등 같은 달을.

 

 

 핸드폰으로 달을 찍다가 부러 일어나 카메라를 가지고 와 창문을 열고 달님 사진을 찍어요.

구구만리 밖 달님도 자기가 순간 모델이 되었다는 걸 알아 차려요

사진 한 장 찍어놓고 나는 잘 밤에 달과 끊임없이 교신을 나눕니다.

띠찌리리찌리 띠띠 찌리찌리찌리...띠~~띠~~ 찌리띠, 띠찌리띠.

밤은 깊어 깊어 가고 우리의 비밀교신는 계속되었습니다.

새벽 두 시 십 팔분까지.

 

 

사람의 일이란 그렇습니다.

머리 방향 하나 틀었을 뿐인데 생각은 구구만리를 건너 뛰며 교감의 영역이 확장 됩니다.

머리를 아무리 외로 꼬고 생각해도 하느님은 내게 어디 이쁜 구석이  있어 이런 축복을 주시는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