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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없이 주낀다

황금횃대 2009. 5. 9. 21:27

 그녀들이 왔다

멀리서

우린 촌구석에서 머뭇거리다 그녀들을 맞았다.

 

 

반야사 물가에는 반야찻집이 있지

낮은 지붕 아래 나무등걸을 잘라 만든 의자에 앉아

불편하고 불편한 생을 이야기 한다네

 

 

그러나 이나이쯤 되면 불편한 생도

웃음 한 조각으로 둥글게 만들줄 안다네

각자의 마음 안에는 만갈래 길로 돌아서는 모퉁이가 있어

모서리에서 우린 잠깐 만났다가 모서리에서 또 기약없이 헤어지기도 해

 

 

문수전에서 바라 본 물줄기는 뱀허리처럼 가늘게 이어져있고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흐르는 경계를 따라

사람의 삶도 그렇게 이어져 간단다.

 

 

 

 

 

 

지난 겨울,

저 곳에 올랐을 때

벗은 나무가지 사이로 흰 새가 날아갔다

복닥거리는 심정으로 문수전에 올랐던 나는

세상의 시름거풀 한 겹이 사름사름 강 우에 내려 앉는 환희를 맛보았다.

그녀들에게 권했지

빼족구두 벗어 던지고 거기 한 번 올라가보게나

새로운 마음의 터전이 생길지도 몰라

 

 

엎어지면 코 닿을데 살면서도 그녀는 거길 처음 올라 갔다고 했다.

푸름이 물결치는 그 곳에서 그녀는 무엇을 집어 던졌을까

욕심없는 그녀라, 딱히 던져버릴 그 무엇도 없었던걸까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연등이 흔들린다.

부처님의 마음을 담았다는 연등도 바람에 흔들린다

의심많은 자는 내게 묻겠지

누가 연등 안에 부처님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느뇨?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모른다 모른다 다 알 수도....

 

 

 

 

 

 

 

 

 

신록 앞에 서면 한 없는 유혹이 가끔은 두렵지

높이를 가늠하여도 마음의 근심이 높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만사 제쳐두고 저 푹신한 녹음 방석 아래로 낙하하고 싶은 충동

 

 

 

화사한 그대여

꽃보다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