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09. 5. 25. 20:00

 

 

 

오늘 낮에는 엄칭이 더웠어라

아침에는 좀 쌀쌀허다 싶었는데 안개 걷히고 해님 나오니 그때부터 지글지글 볶아여

여개만 그럴까, 조선 천지가 다 그랬겠재

봉하마을 생각하믄 속에서는 열이 확확 나재요, 거기다 뜬금없이 북한은 핵실험에 미사일발사까지

박현빈 노래 아니래두 여튼 죽여주는 대한민국이여. 이 모든게 조물주의 예정일까?

여차 핵탄두 방향이 어찌어찌 잘못 대가리를 틀어 이쪽 방향으로 향하면 여태 부어 놓은 적금이며, 보험이며 그 모든 것이 무어에 소용이 있을까, 내가 허벅지 쮸시며 잠을 쫒아가며 만든 조각천 가방은 또 무슨 소용이며 오늘 땡볕에 관리기로 골타서 참깨망 만든다고 됫박으로 흘린 땀은 또 무슨 소용일까...한 숨자고 일어나 선선한 기운을 어깨에 느끼며 저녁하기 위해 일어났는데, 몸은 기운이 촥~빠져서 구만리 나락으로 가라앉고 힘은 없고, 공연시리 저런 생각이 나더란 말이지.

 

나라 안 꼴이나, 나라 밖 사정이나 들여다보면 참말로 기가 맥힌데 그래도 말야 사람이 땡볕 아래 서면 전의를 가다듬게 되지. 니깟꺼 아무리 뎀벼봐 내가 호맹이자루 집어던지나! 어금니 옹실물고 밭고랑으로 나가여. 흙 들어올까바 신은 고무장화도 벗어뗀져. 장화 신고 있으면 발이 얼마나 더 뜨겁게. 버선발이 나오네. 반가운 친구나 정인이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를 한다지만, 그런 이쁜 마중말고..농사꾼이 버선발로 마중나가는게 또 한 건 더 있지. 흙을 맞이하러 갈 때. 관리기로 팥고물같이 갈아 놓은 흙을 보면, 그거 장홧발로 밟고 지나가기 아까와. 생각같아서는 맨발로 폭신하면서도 낱낱 도는 그 흙알갱이 마중을 나가고 싶지만, 그녀르꺼 터실터실한 발바닥에 흙물 들면 괜히 내가 처량햐. 그래서 두꺼운 요술 버선 신고 밭고랑 위에 서면 참말로 기분이 좋아져요. 이거 안 해본 사람들은 죽어도 그 맛을 몰라. 발바닥은 뜨끈뜨끈 불이 나도 물기를 머금은 꼽꼽한 속 흙은 찹찹해요. 그 시원함, 대지의 기본 온도를 간직한 흙이 발바닥에 제 시원함을 나눠줄 때..아, 이런 조건 없는 나눔을 나는 맨날 장화네 등산화네 주워신고는 방어를 했으니. 흙이 밭에 나온 나를 마중나와서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여태 농사지어도 그걸 몰랐네. 오늘 알았네.

 

핵탄두가 이쪽 방향으로 대가릴 틀든, 문상객의 발길을 막는 닭장차의 행렬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든, 난 스피노자의 마음을 이해햐. 내일 지구가 어떻게 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내일 새벽에는 참깨씨를 구멍구멍마다 세밀하게 떨어뜨리고 흙을 덮고, 저녁에는 물조리에 든 물을 고구마순

꽂아 놓은데 정확하게 한소끔씩 부어서는 복토를 하고..

 

내가 세상을 버선발로 맞이하겠다는데, 세상 어떤 것이 내게 데면데면 할까 안그래?